수요둔화에 셀러 호가 낮추기도
집값과 대출 금리의 동반 상승 탓에 미국에서 집을 사기가 16년 만에 가장 어려워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8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산정하는 주택구매여력지수가 지난 5월 102.5로 떨어져 2006년 7월 100.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32년간 가장 낮았던 1990년 7월(100.2)과도 가까운 수준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NAR 주택구매여력지수는 기존주택 중위가격, 가구당 중위소득,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금리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제로 금리’의 영향으로 지난 2년 동안은 집을 사기 쉬웠다.
수요 폭발로 매수 경쟁이 치열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역대 최저 수준의 모기지 금리 덕분에 실질적인 부담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가 6%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 매수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모기지 금리는 경기침체 염려 속에 이번 주 5.3%까지 떨어졌지만, 1년 전 2.9%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기준 평균적인 모기지 상환액은 월 1842달러로 올해 1월(1297달러)이나 전년 동월(1220달러)보다 50% 가까이 급등했다고 NAR은 전했다.
금리 부담에 수요가 위축되면서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넉 달 연속 감소하는 등 주택시장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지만, 매물로 나오는 주택 공급이 부족해 당분간 가격은 좀 더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전국주택건설협회 로버트 디에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지금 주택 구매 여력에 관한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최근 몇 주간 셀러들이 콧대를 낮추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아이다호주 보이지, 애리조나주 피닉스, 텍사스주 오스틴 등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서 다수의 셀러들이 호가를 낮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