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이 전면적인 낙태금지로 이어질 수 있는 애리조나주 법률에 제동을 걸었다.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리조나 연방법원의 더글러스 레이예스 판사는 11일 태아를 수정 때부터 개별 인간으로 본다는 애리조나주 법률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애리조나 의료계와 낙태권 옹호단체가 이 법이 지나치게 모호해 의료인이 임의로 처벌될 수 있다고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이번 결정은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에서 배제하고 금지 여부를 각 주에 맡겨 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나왔다.
애리조나는 수정란, 배아, 태아에게도 태어난 개개인에게 부여되는 모든 권리, 권한, 면책권이 있다는 내용의 법을 작년 4월에 가결했다.
이 법률은 대법원의 결정 뒤 주 정부가 낙태권을 제한할 광범위한 권한을 갖게 된 상황에서 의료계에 위협으로 떠올랐다.
이 지역 의료계는 애리조나주 검찰총장이 대법원 결정 뒤 1901년 전 시행된 전면 낙태금지법을 운운한 터라 임신중절 수술을 사실상 중단했다.
애리조나는 다른 한편에서 임신 15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을 올해 시행할 예정이기도 해 혼란을 부르고 있다.
레이예스 판사는 이번 결정이 낙태권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법이 모호하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법절차를 거칠 권리에 대한 침해”라며 “원고(의료계)가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뚜렷이 알고 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정란, 배아, 태아의 인간성을 강조해 온전한 권리를 지닌 개인으로 보면 낙태를 살인으로 판정해 처벌할 논리가 생긴다.
실제로 이번 재판에서도 레이예스 판사는 기존 형법에 적시된 과실치사, 살인 등 죄목과의 상관성을 피고들에게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레이예스 판사는 태아의 개별 인간성을 인정하는 애리조나 법률이 위헌적으로 애매하다는 원고의 주장에 동의했다.
미국에서는 미주리, 캔자스, 조지아, 앨라배마 등 4개주에서 애리조나와 유사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이번 연방법원 결정을 반겼다.
원고를 변호한 재생산권센터의 법률 전문가 제시카 스클라스키는 “대법원의 파멸적인 결정으로 애리조나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낙태금지에 사용될 수 있는 법률에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