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코리안 페스티벌이 벌써 14년째로 접어든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해 애틀랜타 지역을 대표하는 한인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항상 즐거운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너 뛰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이런저런 말썽으로 폐지론까지 등장했다.
이 코리안 페스티벌이 올해는 오는 9월 추석을 전후해 열릴 예정이다. 35대 애틀랜타 한인회는 지난해 실추됐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미주 3대 한인 사회인 애틀랜타 위상에 걸맞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 행사 주제는 ‘우리는 하나(We Are One)’이다. 한인회는 이달 초부터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서는 한편, 최근 조직위원회 발대식을 가지며, 행사 준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의욕적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틀 간의 행사기간이 짧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확 끌리지는 않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메뉴는 다양한데 막상 먹자고 하니 선택이 망설여지는 것이다.
‘리틀 미스 미스터 애틀랜타 선발대회’는 차세대를 배려했다. 하지만 예전의 것을 답습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한궁 체험정도? 굳이 하나 더 꼽으라면 얼굴 페인팅과 아리랑 플래시몹(flash mob)이다.
거창하게(?) 늘어놓은 각종 전시회는 주 행사가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페스티벌 기간에 열리는 부대 행사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다.
냉정히 생각해 보자.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코리안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한국의 문화를 주류사회에 알리고, 한인들의 단합을 고취하는 것이다.
올해 주제와 연계해 보면 이번 한인회는 아마도 지역 한인들의 단합 고취에 더 방점을 둔 것 같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과연 기획한 프로그램들로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지는 조금 회의적이다. 물론 어떤 콘텐츠를 담느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이번 행사 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반복되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적에 맞는 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측면이 강하게 보여 안타깝다.
지난해 행사는 누가 봐도 어설프고 주먹구구식이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반짝이는 기획 아이디어는 있었다. 비록 무산되었지만 어가 행렬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니어 패션쇼는 참신한 기획이었다.
이번 기획의 문제점을 꼽으라면 한마디로 특색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백화점식 행사로는 결코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애틀랜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게다가 행사 장소를 애틀랜타 한인회관으로 한정한 후 주류사회의 참여는 해가 갈수록 저조하다. 한인들만의, 그것도 1세대만의 리그가 되어간다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초창기로 돌아가 보자. 당시 한국의 전통 음식과 음악, 전통 혼례, 궁중 복식 퍼레이드, 태권도 시범 등 나름대로 현지인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고자 했다.
아마추어 밴드 경연대회를 시작으로 ‘나도 가수다’, 댄스 경연, 주부 퀴즈왕 등 관객의 눈길을 끄는 무대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 한인들과 많은 현지인, 그리고 히스패닉 주민들이 행사장을 찾아 한국 문화를 즐겼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으로 어떤 것을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을까?
필자의 사견을 덧붙인다면, 올해 동남부체전 당시 사전행사로 개최한 다문화 축제를 이번 행사에 포함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부족했던 부문을 보충하면 충분히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코리안 페스티벌 대표 상품으로도 만들 수 있다.
관객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좋은 예다.
코리안 페스티벌도 성공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은 충분하다. 애틀랜타를 넘어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미국 남부 최대의 한인 축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