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미국에서 정신건강이 문제가 된 응급상황 발생시 또는 자살 충동을 느낄 때 ‘988’로 전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5일 AP통신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처음 마련된 ‘세자릿 수’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 ‘988’이 오는 16일을 기해 전국적으로 개통된다.
이 서비스는 911 응급신고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연중무휴 전국 어디에서나 수화기를 들고 ‘988’만 누르면 상담원과 연결된다.
AP통신은 “911처럼 기억하기 쉽고 접속이 간단하지만 988은 경찰관·소방관·응급구조대 대신 훈련된 정신건강 상담사를 송신자와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방 정부는 988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금까지 총 2억8천만 달러 이상을 각 주정부에 지원, 응급 상담 센터를 마련하고 각 가정에 파견할 수 있는 이동 상담팀도 꾸렸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비에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988이 911처럼 작동한다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심장마비 환자 발생시 구급대원을, 범죄 현장에는 경찰을 파견하는 것이 맞지만 정신과적 응급 상황에는 911 신고가 적절치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를 맞거나 자살을 시도했다가 교도소에 수감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신건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세자릿 수 전화번호 도입은 2013년 유타주 주상원의원 대니얼 대처(공화당)가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 환자를 911에 신고하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고,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는 절박한 상황에 10자릿수 전화번호를 기억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9년 정신건강 핫라인에 세자릿 수 전화번호 988을 배정하는 내용의 입법을 예고했고, 법안은 2020년 연방 의회를 통과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
정신과 전문의 브라이언 헵번 박사는 “988 개통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바꾸지는 못할 것이고 미국인 모두가 이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수 있으나 분명 필요한 일”라고 평했다.
988 전화 시스템은 기존의 자살 방지 핫라인 ‘라이프라인'(NSPL)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NSPL은 2005년부터 미 전역에 200개 이상의 위기 대응 센터를 열고 전화번호 800-273-TALK(8255)를 통해 2020년 한해에만 약 240만 건에 달하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국은 988 개통 이후에도 NSPL 서비스는 계속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