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주에서 권총으로 무장한 20대 민간인이 쇼핑몰 푸드코트 총기난사범을 제압하고 영웅으로 떠올랐다.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더 큰 참사를 막아낸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각계의 찬사가 쏟아지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사례가 민간인의 무장을 더 부추기고 총기 규제 움직임을 막는 구실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AP·로이터통신,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문제의 총기 난사 사건은 일요일인 17일 오후 6시께 인디애나주 그린우드시의 그린우드파크 쇼핑몰에서 벌어졌다.
조너선 더글러스 사피어먼(20)이 난데없이 쇼핑몰 푸드코트 손님들을 향해 무차별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그가 쏜 24발에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때 여자친구와 쇼핑 중이던 엘리스즈샤 디킨(22)이 개입했다. 사피어먼이 총기를 난사한 지 2분 만이었다. 그는 합법적인 권총 소지자였으나 별다른 군사 훈련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가 쏜 10발에 총격범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디킨은 총격범이 쓰러진 직후 쇼핑몰 보안요원들에게 즉각 상황을 알렸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게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디킨의 총기를 압수하고 그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연행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그를 석방하고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디킨이 아니었으면 또다른 총기난사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총격범 사피어먼은 사건 초기만 해도 소총 한 자루를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사 결과 총 소총 2정과 권총 1정, 탄약 100발 등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전 쇼핑몰 화장실에 숨어 앞서 분해해 가방에 넣어간 총기들을 조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정하고 총기난사를 준비한 그를 저지하지 않았다면 희생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었다는 말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각계에서 디킨의 행동에 찬사를 쏟아냈다.
경찰은 “무장한 시민이 2분 만에 책임감 있고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했고, 마크 마이어스 그린우드 시장은 “그린우드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살렸다”고 말했다.
쇼핑몰 소유주인 그린우드파크몰은 희생자에게 애도를 전하며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웅적인 행동에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인디애나 주지사 출신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그를 ‘인디애나주의 영웅’으로 칭송했다.
총기 이익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는 트위터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며 “총을 든 악당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총을 든 선량한 사람뿐”이라고 강조했다. 총기 무장 필요성을 강조할 때 옹호론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그러나 지나친 영웅화는 민간인의 총기 소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례처럼 우연히 현장에 있던 민간인이 총기로 총기난사범을 제압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방수사국(FBI)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61건 가운데 무장한 시민이 개입해 총격범을 저지한 경우는 2건(3%)뿐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2000∼2021년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433차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시민이 총격범을 총으로 제압한 사례는 22건(5%)에 불과했다.
총기사고 관련 연구 권위자인 애덤 랭크퍼드 앨라배마대 교수는 AP통신에 “무장한 민간인이 총기난사 사건을 막아낼 정규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면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누군가 참사를 막아선 것은 분명 다행이지만, 모든 사람이 무기를 가지고 다닌다면 나쁜 일이 일어날 우려가 더욱 커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텍사스 유밸디 총기참사를 계기로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이 추진됐으나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작아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까지 발생해 법안 동력이 더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유밸디 참사에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난이 비등하자 민간인이 총격범을 단순에 제압한 이번 사안을 키워 여론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NBC 방송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