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소녀상, 공청회 거쳐야’에 대한 반론
지난 7월 22일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권영일 논설위원의 ‘제2소녀상 건립, 공청회를 거쳐야’라는 칼럼을 잘 읽었다. 시의적절하고 통찰력 있는 의견에 많은 점을 배웠다. 부족하지만 몇 가지 반론을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다.
해당 칼럼에서 제시된 의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소녀상을 무더기로 설치하는 지역은 없다 (2) 소녀상 제작자 부부가 저작권 논쟁을 벌이고 있다. (3) 김씨 부부는 논란이 있는 정의연의 이사다 (4)소녀상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5) 한인회관에 건립하려면 한인들에게 뜻을 물어야 한다.
(1)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같은 지역에 다수의 위안부 기념물이 설치된 사례는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소녀상과 기림비 5개가 설치된 뉴욕주와 뉴저지주 한인사회가 있다. 뉴욕주에는 3개가 있고, 뉴저지주에는 2개가 있다. 필자는 2017년 뉴욕한인회관 소녀상 건립 당시 뉴욕 한인들이 “소녀상이 너무 많다”고 반대했다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2)항의 문제는 김씨 부부가 창작자의 입장에서 저작권 주장은 당연하며, 한미 저작권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한국 법원도 2022년 4월 판결을 통해 “김씨 부부의 소녀상이 다른 조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있다”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미술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미국에서도 2019년 개인이 만든 자유의 여신상 조각상 사진을 우표 디자인에 사용한 우정국(USPS)이 저작권 침해로 3500만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한 판례가 있다.
김씨 부부의 저작권 행사는 소녀상이 남용되거나 오용되는 사례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김씨 부부가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일본의 극우파들이 소녀상을 베껴 위안부를 모욕하는 동상을 만들어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3)항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2020년 여러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했던 정의연 회계장부 및 횡령 기사의 상당수가 오보로 밝혀졌으며,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결과 정정보도 처분을 받았다. 수많은 의혹 보도 가운데 2020년 실제로 정식 기소된 것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 몇 가지뿐이다. 또한 기소된 사람은 윤미향 의원 등 두 사람 뿐이다. 수많은 이사 중 한사람인 김씨 부부에게 이 문제를 묻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4)항 “소녀상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은, 다른 동상과 비교해볼 때 비싼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12년 군포시에 설립된 김연아 동상은 5억원, 의정부시 안중근 동상은 3억원, 강남역에 설치된 강남스타일 동상은 4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교해보면 소녀상 제작비용 3,300만원은 오히려 저렴한 축에 속한다.
(5)항 공청회 개최는 일견 타당한 주장이며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소녀상에 대한 한국민과 한인들의 지지는 워낙 확고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찬성이 절대 다수인 안건까지 매번 공청회를 개최한다면, 오히려 한인사회의 역량과 비용 낭비가 될 수 있다.
더구나 공청회를 열 경우 일본 측에 반격의 빌미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소녀상 설치 때처럼 이번에도 공청회를 열 경우 일본 측이 한인회관에 연설을 시도하거나, 노크로스 시 측에 압력을 넣는 등의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권 위원님의 의견은 한인사회를 위한 충심에서 나온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볼 때 제2의 소녀상 애틀랜타 한인회관 설치는 법적, 상식적, 재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환영하며, 8월 15일 애틀랜타에 오는 평화의 소녀상을 따뜻이 맞이할 준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