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제2 소녀상 건립과 관련,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필자도 애틀랜타 한인회가 제2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권영일 논설위원이 때마침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에 이종원 변호사가 반론을 제기했다. 여러 문제를 차치하고 핵심은 논의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인 것 같다.
권 논설위원은 공청회를 거치지 않은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지금이라도 공청회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밟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소녀상에 대한 한국민과 한인들의 지지는 워낙 확고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고 찬성이 절대 다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과연 지지가 확고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 변호사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팩트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은 과학적 주장이 아니다.
권 논설위원은 충남대학교의 교내 소녀상 설치 논의 과정을 시론에서 언급했다. 행간을 읽어보면 결국 투명하게 소통을 하자는 것이다.
반면, 이 변호사는 ‘찬성이 절대 다수인 안건까지 매번 공청회를 개최한다면, 오히려 한인사회의 역량과 비용 낭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심전심으로 통했으니, 더 이상 소통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그럴듯하나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억지 주장이다.
일본측의 방해공작과 관련, 공청회를 열 경우 반격의 빌미를 줄 가능성이 예상된다. 일본측이 한인회관에서 연설을 시도하거나, 노크로스 시에 압력을 넣는 등의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한마디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논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공청회에는 주최자인 한인회가 부르지 않는 한 일본인들은 참여할 수가 없다.
설사 정보 수집차원에서 참석한다고 할 지라도 발언권을 주지 않는 한 절대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
결국 지역 한인 가운데 누군가가 일본 측의 사주를 받아 발언을 한다는 논리인데, 33대 한인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필자의 생각은 ‘글쎄…’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물론 시 당국에 압력을 넣는 방법은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장에 무리가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다 알려진 시점에서 일본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행동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 따라서 공청회 여부를 떠나 일본 측의 방해공작은 변수가 아니라, 하시라도 존재하는 상수이다.
게다가 극일은 ‘죽창가’를 부르거나, 소녀상 설치로 해결될 단순한 일차방정식이 아니다. 코스트코나 샘스 클럽에 가보라. 들어가자 마자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눈에 띄는 브랜드가 삼성과 LG TV이다. 그동안 가전제품의 대명사였던 소니는 더 이상 존재감이 없다.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제네시스의 인기도는 도요타의 렉서스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극일은 이렇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정치적 의미를 덧붙인다면, 지금은 반일을 외칠 때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요동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태여 반일의 상징인 소녀상 건립을 강행하는 것은 조국 한국이나 우리가 사는 미국의 국익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
자금문제도 논란거리다. 한인회는 아직까지 소녀상 건립에 필요한 기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한인회의 자금이 투입됐다면 당연히 공개하고,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한인회 회계의 투명성을 그동안 줄기차게 외쳐왔다. 단순히 부지만을 제공한다고 해도 이는 재산권에 속한다.
따라서 제2 소녀상을 한인회관에 설치하는 것은 당연히 재고되어야 하며, 한인회는 이를 지역사회에 자세히 알리고 의견을 물을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