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 SUN HAN'(한상순)
칠순이 된 아들은 대리석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름을 금세 찾아내더니 손가락으로 한자 한자 짚으며 읽고 또 읽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실 겁니다. 혼을 풀어드린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26일 워싱턴DC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의 벽’ 유가족 추모행사에는 한국 국적의 카투사 전사자 한상순 씨의 아들 신희(72) 씨가 참석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난 지 1년 반만에 입대하는 바람에 실제로 얼굴을 본 기억은 없다고 한다.
1953년 1월 잠시 휴가를 나와 겨우 말을 떼던 자신을 안고 찍은 사진만을 남기고 전사한 아버지의 이름을 찾아 미국을 방문했다.
한국전쟁 당시 숨진 전사자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추모의 벽’에는 미군을 포함해 미군에 배속돼 싸우다 숨진 한국 카투사 7천174명의 이름도 함께 새겨졌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아버지가 그리울 때는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며 “아버지 묘도 처음에는 (어디있는 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들이 전사기록을 정확하게 가지고 있어서 국립묘지에 안장했던 기록을 확인해 뒤늦게 묘를 찾을 수 있었다”며 현재는 어머니와 함께 그곳에서 영면에 드셨다고 전했다.
고(故) 한상순 씨는 1952년 5월 제주 모슬포 제일훈련소에서 군사교육 후 미군 제7사단 17연대에 배속돼 복무했다.
이후 공기 연천 천덕산 ‘폭찹힐 고지 탈환 전투’에서 중공군과 싸우다 포탄을 맞고 1952년 7월10일 전사했다.
한국전 카투사 전사자 유가족인 한신희씨가 26일워싱턴DC에서 열린 추모의 벽 행사에 참석했다. 2022.7.26 kyunghee@yna.co.kr
신희 씨는 “아버지는 후방에 계시다가 천덕산에서 전투를 벌였다”며 “7월11일 전투가 끝났는데, 아버지는 하루 전인 7월10일 전사하셨다. 너무 애석하게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의 전사 이후 17일 만에 정전협정이 맺어졌다.
그는 이번 추모의 벽 건립에 대해 “너무나 감개 무량하다”며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나왔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전사하신 분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하늘에 계시지만 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실 것”이라며 “세계의 중심지인 여기에 그래도 이름이 각인됐다는 것은 아버지한테도 혼을 풀어드리는 그런 기회인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신희 씨는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한 부분에 대해 아들로서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유해 발굴 재개를 통해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뒤늦게라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신희 씨는 이날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 함께 아버지의 이름을 탁본했다. 한씨의 이름은 아들의 품에 소중히 안겨 고국으로 돌아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