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 잭팟 열풍이 불고 있다. ‘메가밀리언’ 복권 당첨금이 무려 10억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복권 판매소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실제 최근 복권 판매액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어났다.
모두들 잭팟을 꿈꾸지만 일확 천금은 쉽지 않다. 벼락을 맞는 것보다 어려운 3억300만분의 1의 확률이다. 설사 대박의 행운을 안았다 하더라도 독이 든 성배가 되는 수가 많다.
실제 거액을 거머쥔 로토 당첨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소송에 시달리거나 이혼을 하고, 결국은 파산해 빈털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공인 재정플래너 표준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잭팟 당첨자들의 3분의 1가량이 결국은 파산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는 것이 하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라고 할까.
우리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의 본디 뜻은 천하고 힘들게 벌더라도 쓸 때는 훌륭하고 값지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간·쓸개 다 빼놓고 힘들게 모아 자산가가 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모은 돈을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정승같이 쓰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조선 최고의 부자로 일컬어지는 경주 최부잣집이다.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는데, 이 집안은 무려 12대나 이어졌다. 그 비결은 베풂에 있었다.
우선 소작으로 들어온 돈의 3분의 1은 빈민구제에 썼다. 어느 심한 흉년엔 아버지가 아들 앞에서 채무자들의 담보문서를 불사르는 결행까지 보인다. 이렇듯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까닭에 최부잣집은 대대로 정승 같은 존경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존 데이비슨 록펠러와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대표적이다.
록펠러는 은퇴 후 자선 사업에 몰두하여 시카고 대학교를 설립하고, 록펠러 재단을 세워 병원·의학 연구소·교회·학교 등의 문화 사업에 전념했다.
카네기는 자신의 인생을 두 시기로 나누어 전반부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 후반부는 부를 나누는 시기라고 했다. 그만큼 사회 환원을 중요시했다. 미국민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록펠러와 카네기를 존경하고 기억한다.
이런 가운데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이 차세대 한인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기부해 화제다. 박회장은 최근 본인의 팔순잔치에서 “(차세대 육성) 장학재단의 시드머니(종잣돈)로 1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전격 밝힌 것이다.
그는 미래 한인사회를 책임질 차세대들을 돕는 길을 오랫동안 찾아왔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1974년 도미 이래 본인의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도 끊임없이 한인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이번 기부를 계기로 한인 인재들의 주류 사회진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다. 또 하나의 커다란 이정표를 세웠다.
이민자로 시작한 한인사회가 미국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뿌리를 내리고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게 박회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지역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주최가 돼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를 박회장은 희망했다.
이제 바통은 후배들에게 넘어왔다.
원로들이 이뤄놓은 프론티어 정신을 어떻게 후세들에게 전달해 지역 한인사회를 더욱 발전시킬 것인가?
어떤 장학재단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차례다. 이를 위해 지역 한인사회 리더들이 차세대들과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형식적인 재단설립은 곤란하다. 처음부터 방향설정이 확실해야 한다.
또한 재단 운영방침도 명확하게 해놓아야 한다. 지역 한인사회에 길이 남을 장학재단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