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아름다운 여성, 저렴한 가스…몇천 개의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경제.”
29일 텔레그램에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풍부한 문화를 강조하면서 러시아로의 이주를 독려하는 듯한 홍보 영상이 올라와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이것이 러시아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영상에서 한 남성은 영어로 음식, 문학, 건축, 발레 등 다채로운 문화와 값싼 가스, 전기, 수자원 등 러시아의 강점을 하나 하나 열거한다. 영상은 “이제 러시아로 이주할 때가 왔다. 주저하지 말아라. 겨울이 온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이거 실화? 이주 홍보로 조롱받는 러시아’ 제하의 기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치하의 러시아 경제와 문화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는 이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누가 영상을 제작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익스프레스는 미 매체 미국의소리(VOA) 기자 파티마 틀리스를 인용, 이 영상이 러시아 당국의 규제를 받는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옥죄며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 것과 맞물려 이목을 끌고 있다.
러시아는 11일부터 열흘간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끊었다가 21일 평소 공급량의 40% 수준으로 재개했고, 27일 다시 그 절반 수준인 20%로 줄인 상태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에서는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저렴한 가스”라며 폭발하는 건물 사진을 보여주는 조롱 동영상 [트위터 캡처]
이 같은 상황에서 이런 영상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조롱이 이어졌다.
‘맛있는 요리’라는 목소리엔 곰팡이 핀 빵, ‘저렴한 가스’에는 가스 폭발이 일어난 건물, ‘비옥한 토양’에는 전사자들의 묘비로 가득한 묘지, ‘발레’엔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는 젊은 남성, ‘환대’에는 시위를 거칠게 진압하는 경찰, ‘수천 개의 제재를 이겨낸 경제’엔 물품 없이 텅 빈 상점 등의 장면을 편집해 ‘이것이 러시아’라며 비꼬는 영상이 트위터에 돌고 있다.
틀리스 기자는 트위터에 “러시아인들이 이 영상을 홍보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것이 (러시아를 비꼬는)풍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째서 이 영상을 보고 외국인이 러시아로 이주할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도 ‘이것은 풍자인가, 진짜인가’라는 말로 원 영상에 의문을 표현했다. ‘민망하다’라는 짤막한 반응을 남긴 트위터 이용자도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