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필을 들어본다.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곳을 다니느라, 또는 게으름이란 이유로 핑계아닌 핑계를 대 본다. 집을 비워 놓고 여기 저기 며칠씩 다녀와도 뒷뜰에 옹기 종기 작은 화분에 잘라 심어 놓은 작은 다육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씩 자연으로 분무해주는 빗물덕에 못본척 정을 주지 않아도 자기네 끼리 알아서 척척 뿌리도 내리며 사이 좋게 싱싱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반갑다고나 할까.
집사람은 그렇게 정성들여 왜 번식을 자꾸 시키냐고 핀잔을 준다. 나는 “다 키워 놓으면 알아서 갈곳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대꾸한다.
2년전 아직도 극성스러운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칠 때 가택연금 상태가 되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질 못하는 태어난 성질 덕분에 여기저기 빈 화분에 먹고 남겨둔 오렌지 씨앗과 레몬 씨앗을 싹을 틔워 심은게 벌써 훌쩍 자라 보기에도 훌륭하게 자랐다.
벌써 주변 지인과 가족들에게 분양해 주었다. “제네들도 이렇게 잘 자라면 모든 질병이 사라지겠구나” 했는데 여전히 여기 저기서 아우성들이다.
너무도 힘들었던 겨울을 두번이나 보내고도 심어 놓은 식물들은 아랑곳없이 잘도 성장해 주었다. 그 이후에 오랫만에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그동안 공들여 키운 작고 앙증맞은 식물을 하나씩 드리면 별것 아닌데도 환하게 밝은 미소를 짓는다. 그런 표정을 보면 내 마음도 정화되는 듯하다.
“사소한 것이 주는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우리 부부의 마음에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확 씻겨 나가는듯 하다. 특히, 그동안 여기 저기 집을 이사를 했지만 대면이 힘들어 소홀히 한 분들에게 드리면 더더욱 반가워 하며 천진난만한 어린애들 마냥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즐거워 진다.
“아하! 이런게 같이 살아 가는 기쁨이구나” 하고 나자신을 격려하면서 오늘도 빈 화분에 화분 흙을 사다 넣고, 또 다른 식물을 꺽꽃이 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또 벌써 “나도 한포기 달라”는 예약을 여러 건 받아놓은 상태다. 이 또한 행복한 즐거움의 연속이다. 이전에 나누어 준 여러 지인들은 “이만큼이나 자랐다”며 보내주는 사진을 볼 때면 별것 아닌데도 주는 즐거움이 수십배 되어 돌아오는 기쁨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자란 다육식물이 너무 커서 잘라주면서, 버려야 할 것도 정성들여 심어주면 척척 알아서 뿌리를 내리는 모습이 모진 풍파 속에서도 꾿꾿이 버티며 지내온 우리 이민 1세대를 보는 듯하다. 특히 올 상반기는 조지아주의 자연이 수시로 뿌려주는 시원한 빗줄기에 모든 것들이 생동감 넘친다. 이 모든 즐거움으로 인해 무더운 여름이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보내는 8, 9월이 될 듯하다.
우리 이민 2 세대들도 대부분 알아서 자기 앞날을 힘차게 개척해 나간다. 뒤에서 바라보는 우리 1세대의 마음은 식물을 정성들여 키우는 심정이다. 함께 심고 잘 가꾸어 주면 주위 여건이 아무리 열악해도 뿌리를 내리며 활착해 나가는 다육식물처럼 모두가 어려운 지금의 이 환경을 잘 이겨내고 지혜롭게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