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인 지난달 4일 시카고 북부 교외도시 하이랜드파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피고인 로버트 크리모 3세(21)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3일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크리모는 이날 오전 11시께 하이랜드파크를 관할하는 레이크 카운티 법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인정신문)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기소인부절차는 검찰이 피고인에게 기소내용을 고지하고 재판부가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크리모는 이날 짙은 죄수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수갑을 찬 모습으로 변호인단과 함께 법정에 출두했으며, 검찰이 고지한 117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묻는 판사의 질문에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레이크 카운티 법원 대배심은 앞서 지난달 27일 크리모에게 117건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결정을 내렸다. 공소사실은 사망 피해자 7명과 관련한 1급 살인 혐의 21건, 그외 살인 미수 혐의 48건, 가중폭행 혐의 48건 등이다.
인정신문 과정에서 빅토리아 로제티 판사는 크리모가 1급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포함해 그에게 부과될 수 있는 형량의 범위를 설명했으며 크리모는 또렷한 목소리로 “알아들었다”는 답을 했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일리노이 주법상 크리모는 피해자 최소 1명에 대한 살인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더라도 최고 종신형에 처하게 되며 48건의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26∼50년형, 48건의 가중폭행 혐의에 대해 6∼30년형을 받을 수 있다.
크리모는 지난달 4일 하이랜드파크 중심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축하 퍼레이드 관람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 7명의 목숨을 빼앗고 40여 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크리모가 사건 당일 AR 타입의 공격용 소총과 30발짜리 탄창 3개를 갖고 행사장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최소 83차례 총을 쐈으며, 여장을 하고 범행 현장에 소총을 남겨둔 채 도주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사건 발생 8시간 만에 체포됐으나 범행 동기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크리모는 총기규제를 주장해온 민주당 정치 지망생의 아들로 알려져 주민들을 아연하게 했다. 크리모의 아버지인 로버트 크리모 주니어(57)는 1990년부터 하이랜드파크에서 빵집과 편의점 등을 운영해온 지역 유지로, 2019년 하이랜드파크 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크리모는 자살 기도 및 가족 살해 위협 전력이 있어 지역 경찰이 일리노이 주 경찰청에 총기 소지 부적합자로 보고까지 했으나, 만 19세 때 아버지 동의를 얻어 총기 면허를 발급받고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져 총기규제 무용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하이랜드파크는 반자동 총기류와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의 거래 및 소지를 금지하는 자체적인 총기 규제법(2013년 제정)을 갖고 있다. 크리모는 오는 11월 1일 다시 법정에 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