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는 마음’ (A Fractured Mind, by Robert B. Oxnam, 2005)이라는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은퇴하기 전에 색연필로 붉은 밑줄을 치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나의 상처받은 마음을 다시한번 돌아보았다.
책을 쓴 로버트는 험티덤티 라는 영국 유치원 아동들의 노래로 그의 책 내용을 소개한다. “험티덤티 달걀이 벽 위에 있다. 달걀이 벽아래로 떨어졌다. 왕의 말들과 왕의 사람들도 깨진 달걀을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Humpty Dumpty sat on a wall/ Humpty Dumpty had a great fall/ All the king’s horses and all the king’s men/ Couldn’t put Humpty together again). 그 자신이 출세의 정상에서 떨어져 작살났다. 어릴 때 받은 트라우마의 상처로 생긴 다중인격장애 때문이다. 정신과의사와 상담하며 치유과정을 쓴 것이 책의 내용이다.
로버트의 할아버지는 미국 감리교의 주교로 텔레비전 방송에 자주 나온 명사였다. 그의 아버지는 세라큐스 대학교의 학장, 보스턴 대학교의 부총장, 두루 대학교의 총장을 역임했다. 로버트는 장학생으로 윌리엄스 대학을 졸업하고 예일대학에서 중국 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트리니티 대학에 교수가 되었다. 중국 역사를 게임 형식으로 만든 그의 창의적인 교수방법이 인기가 있어, 3년 후에 부교수로 승진되고, 1975년 뉴욕에 있는 ‘아시안 연구소’ (Asian society)로부터 ‘중국 역사교육 프로그램’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1972년 미국 대통령 닉슨이 중국을 방문해서 모택동 주석을 만났다. 냉전 후에 미국은 화해무드 속에 중국전문가가 필요했다. 로버트는 ‘아시아 연구소’로 옮겼고 소장이 되었다. 그는 중국 전문가로 유명해지고 전국 방송에 자주 출연했다.
그는 아시안 연구소를 운영하며, 늘어나는 운영비 모금, 운영비 절약을 위해 직원들 감원, 교육기관으로 세금혜택을 받기위해 법원과 투쟁, 교육 프로그램 만들기, 계속되는 회의진행, 각국 외교관들과 국빈들의 방문의 계획과 진행, 많은 보고서 작성 등, 기진맥진할 때 문제들이 나타났다.
그는 화가 나면 욕을 하고 기물을 부수는 딴 사람이 된다. 폭식증으로 체중이 250파운가 되었다. 밤에 잠을 자려면 술을 병체로 마셨다. 가게 물건을 슬쩍 가져왔다. 우울증에 자살 충동이 왔다. 그가 만난 정신과 의사 스미스는 그를 알코올 중독자로 판정하고 금주 클리닉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모임인 AA (Alcoholic Anonymous)에 보냈다. 그는 재혼하고 여러 다른 직업을 전전했다.
스미스와 계속 상담 중에 평소 로버트와 생판 다른 사람, 화나서 스미스를 노려보는 로버트 속에 다른 사람 톰이 발견된다. 2년 동안 상담을 하며 로버트 한 사람속에 개성이 뚜렷하게 다른 총 11명의 다른 인격들이 발견된다.
다중인격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 중에 어릴 때의 상처들이 있다. 기저귀 찰 때 실수로 혹독하게 벌받은 경험, 항문에 삽입 받는 고통, 비밀을 말하면 버려진다는 협박, 나는 나쁘다는 맹세의 반복 등 5 살까지의 상처들이다. 어려서 한때 외가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의 완벽주의도 문제의 원인이었다. 경험 있는 아버지 도움으로 양궁 클럽에서 최연소 최우수상, 아버지에게 글 쓰는 법을 배워 최우수 작문을 쓰고, 엄마에게 공부해서 시험 잘 보는 요령을 배워, 학교에서 늘 우수 학생이었다. 항상 완벽해야 만족하고 조그만 실수도 스스로 용납 못했다.
저자와 정신과 의사 스미스는 강조한다. 상처없이 완벽하게 성장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변화무쌍한 삶의 상황에 따라 생존 적응하려 이상한 행동을 한다. 극소수는 다중인격자가 된다고. 과거의 상처가 크고 아플수록, 사람들은 돌아보는 아픔 때문에 깊이 숨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숨길수록 상처에서 오는 자신도 모르는 이상한 짓, 바람직하지 않은 짓들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상처받은 마음’은 그가 상처를 찾아가서 아픔을 덜어내고 치유 받는 경험을 책으로 썼다.
책을 읽으며 돌아보니, 내가 받은 상처가 그가 받은 상처보다 몇배 더 많은 것 같은데, 그는 깨진 달걀이 되고 나는 멀쩡한 것에 감사한 생각이 든다. 나의 세대 한국사람들은 전쟁, 가족의 분산, 가난, 무식,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무질서 속에서 더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인데, 깨진 계란이 아니라, 잘만 사는 것 보면 기적 같다. 어릴 때 상처로 나도 자신이 모르는 이상한 행동으로 고민했다. 상처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행동을 비판하고 미워하기 전에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시 읽으며, 그의 상처 치유과정과 내 치유과정을 비교해보았고, 그 이야기 한 토막을 다음 글에서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