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틀랜타가 한인 어르신들의 은퇴지로 각광받고 있다. 잘 조성된 한인타운과 저렴한 물가와 주택 가격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많은 어르신들은 노년을 보내며 섭섭해하는 때가 많다.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냥 늙어서 그런 거에요”라고 말하거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도 “이제 은퇴하시고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 비켜주시죠”라는 소리나 듣게 마련이다.
이러한 일은 “일상생활 속의 나이차별” (everyday ageism)의 한 예이다. 나이차별은 수많은 노인들의 육체적, 정신적 웰빙을 방해한다. 2019년 미시간 대학이 20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82%가 정기적으로 나이차별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이런 현상은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미국 주류언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거나,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으므로 물러나야 한다고 평한다. 지난 7월 20일 에스콰이어(Esquire) 지는 정치인은 80세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미시간 대학 사회연구소 줄리 오버 알렌 박사는 “미국 의료보건체계에서도 나이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학자협회지(JAMA)에 “미국 노인들이 매일 접하는 나이차별 경험” (Experiences of Everyday Ageism and the Health of Older US Adults)이란 논문을 발표한 그는 “미국 의료계는 노인들에게 장기이식이나 임상실험 기회 등을 적게 제공하며, 노인을 진찰할 때도 본인 대신 간병인에게 질문함으로써 노인들을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UC샌프란시스코(UC San Francisco) 의대 교수인 루이즈 아론슨 박사(Dr. Louise Aronson)는 유색인종 여성일수록, 인종차별, 성차별, 나이차별 등을 더 많이 겪음에 따라 경제적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자존감을 누리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2020년 노인복지를 주제로 한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는 “여성 노인일수록 수입이 적고 지원이 부족하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외모지상주의(Lookism)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머리를 염색하고 젊어보이게 성형수술을 하는 등 외모지상주의가 유행하면서, 나이든 어성은 가치가 없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나이든 여성은 같은 자격과 능력을 갖춘 남성에 비해 직장에서 해고될 가능성도 높다.
비영리단체 세대를 다루는 언론인(Journalists Network on Generations)의 코디네이터이며 Generation Beats Online의 편집자인 폴 클리만(Paul Kleyman)은 “언론이 70, 80대 들을 정치권에서 필요없고 퇴출돼야 할 존재로 낙인찍고 있으며, 노인을 위한 정책은 다음 세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며 “언론은 이제라도 노인들이 사회에 끼치는 기여에 대해 올바르게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노인학회(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부회장인 패트리샤 M. 단토니오(Patricia M. D’Antonio)가 한 말은 한인 노인들에게도 되돌아볼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은 모두 완벽하지 않으며, 누군가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장애가 있을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아가며 지혜를 축적하고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수 있는 장을 열어주면서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보청기를 끼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자가운전 대신 버스를 타는 것은 이제 노화가 아니라 내 삶을 낫게 하는 과정이다. 100세시대를 맞아 나이먹음은 퇴화가 아니라 삶이 더욱 완벽해지는 가치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