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약화되면서 필자도 최근 캘리포니아에 출장갈 일이 잦아졌다. 그런데 LA와 샌프란시스코 등을 방문하면서 충격받은 점이 있다. 코로나19 2년간 홈리스(노숙자)들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애틀랜타에도 홈리스는 있다. 필자는 애틀랜타 시청과 조지아 주의회에 근무할때 노숙자들과 매일 밤낮으로 마주쳤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조지아 주의회 청사와 애틀랜타 시청에서 몇걸음만 걸어가도 홈리스들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그러나 LA나 샌프란시스코의 홈리스는 애틀랜타보다 훨씬 심각해보였다. 애틀랜타는 홈리스 몇 명이 군데군데 흩어져 무료급식소 근처를 배회하는 수준이라면, LA와 샌프란시스코는 도시의 중심 지에 수백명의 홈리스들이 거대한 텐트촌을 치고 말그대로 ‘홈리스 타운’을 만들고 있었다. LA의 유명한 한식당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그 옆에 홈리스가 망가진 캠핑카에서 숙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LA한인타운에서는 홈리스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길바닥이 엉망인데 아무도 치우려하지 않았다.
애틀랜타의 홈리스들은 특정 인종이 많았는데, 캘리포니아의 경우 흑백과 나이를 가릴 것 없이 골고루 홈리스가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멀쩡해보이는 백인 젊은이가 쓰레기장 속에서 일어나고 밥먹고 잠을 자는데,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에 충격받았다. 미국내 홈리스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미국 주택개발부에 따르면 미국내 홈리스는 50만명에 달하며, 캘리포니아주가 전국에서 6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코로나19지원금과 실업수당이 끊어지면서 홈리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홈리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도시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 California)는 지난 3월 “만성 홈리스 제로”를 선언했다고 한다. 텍사스주 휴스턴(Houston, Texas)은 홈리스 인구가 최근 64%나 감소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Columbus, Ohio)는 2018년 홈리스 인구의 70%에게 주거지를 구해주는 성과를 거뒀다.
베이커스필드 시의 경우 시청과 비영리단체가 일단 홈리스 인구 파악부터 실시했다. 홈리스의 이름과 신상을 파악하고, 만성 홈리스, 참전용사, 젊은 홈리스, 노인 홈리스, 가족 홈리스 등으로 분류한 후, 이들에게 맞춤형 구제방안을 제공했다고 비영리단체 오픈도어 네트워크(Open Door Network)의 메리 스콧(Mary Scott) 소장은 소개했다.
이어 홈리스를 위한 주거제공 프로그램 ‘마일스톤 프로젝트Milestone project’를 실시했다. 부동산 소유주와 협력해 시정부에서 제공한 예산으로 빈 모텔을 홈리스용 집단 주거지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처음에는 모텔 소유주들이 홈리스 입주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1603명이 모텔을 개조한 집단거주지에 거주하고 있으며 공실률은 2%에 불과하다고 한다.
콜럼버스 시의 경우 집단거주지 소유주와 정신상담기관을 연결하는 홈리스 방지 네트워크(Homeless Prevention Network)를 만들었다. 홈리스들이 거주할 주택부터 마련해준 후 장기적으로 정신상담을 받으면 사회복귀율이 높다고 커뮤니티 상담서비스(Community Mediation Services)의 마커스 J 살터(Marcus J. Salter) 전문가는 밝혔다.
휴스턴 시의 경우 2021년 전국 홈리스 인구 6위를 기록했으나, 최근 2만5000명의 홈리스를 사회로 복귀시키는데 성공해 홈리스 인구를 3124명으로 줄였다. 휴스턴이 위치한 해리스 카운티는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으로 홈리스 수용시설 57곳을 마련하고 주거지를 제공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심각한 홈리스 문제는 높은 부동산 가격이 큰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 주민들이 홈리스 수용시설 제공에 동의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주택 사정이 여유가 있는 애틀랜타의 경우에는 홈리스 해결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우리집 마당에서는 안된다(NYMBY)가 아니라 우리집 마당에 환영한다(YIMBY)라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