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에는 수면 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아진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다 보니 자도 자도 졸리고 피곤하다는 사람들이 나온다. 한국 수면학회장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질 높은 수면에 들기 위한 방법을 정리했다.
왜 잠을 깊이 못자는 걸까요?
우선 수면의 질이 낮은 원인은 ‘수면 위생’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 ‘수면 위생’은 적절하게 잠을 잘 자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을 말한다. 밝은 빛을 보면서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기, 시간을 계속 체크하지 않기, 늦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기,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 피하기, 자기 전 과한 수분 섭취를 피하고 과식하지 않기 등이다. 정 교수는 이런 수면 위생만 제대로 지켜도 수면의 질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깊게 잠들 수 없는 이유가 수면 질환 때문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건 코골이다. 코골이가 있는 사람 중 약 70% 정도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평소에 코골이가 심하거나 고령인데 혈압이 높은 경우, 비만인 경우에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수면 질환에는 잠을 자면서 이상행동을 하는 수면행동장애, 정상 범위보다 많은 잠을 자는데도 잠이 계속 오는 과수면증이나 기면증, 잠이 들기 어려운 불면증 등이 있다. 수면 질환이 의심된다면 의사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거나 자기 전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되나요?
쉽게 잠 들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술이 잠을 잘 자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깊은 잠을 자는 데는 방해가 된다. 또한 과음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더 심하게 해 수면 중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한다. 이는 잠을 깊게 못 자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 운동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잠들기 바로 직전에 운동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서 몸이 흥분한 상태가 되고 잠이 더 안 오게 된다. 만약 운동을 통해서 숙면을 취하려면 잠자리에 들기 최소한 서너 시간 이전에 마치고 어느 정도 몸이 진정된 상태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도움된다.
똑바로 자는 게 좋은 수면 자세일까요?
수면 자세에 따라서 수면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데 꼭 똑바로 자는 자세가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누워서 자면 중력에 의해 혀라든가 주변 구조물들이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숨을 쉬는 공간이 조금 막히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수면무호흡증 환자 4명 중 3명 정도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의 위는 몸 왼쪽에 있다. 따라서 왼쪽으로 돌아누워서 잠을 자면 위가 몸의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력에 의해서 위산은 아래쪽에 있게 돼 위쪽으로 올라올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위산이 역류할 수 있다.
얼마나 자야 적정한가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6~9시간 정도다. 의학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적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이 부족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잠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잠을 자면서 뇌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기능이 있다. 이것은 잠을 자야만 생기는 기능인데, 노폐물이 쌓이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잠을 못 자면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워져 판단력,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사람의 잠은 본인이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수면 시간이 장기간 쌓이면 결국에는 잠을 자야 피로가 해소될 수 있다. 이것을 수면 부채라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매일 매일 한 시간씩 잠이 부족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본인이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엔가 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데, 수면 부채가 쌓여 결국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우림(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