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강(Richard Kang) 씨와 소니아 강(Sonia Kang) 씨 가족은 흔히 말하는 다른 인종간 결혼(Interracial Marriage)을 한 부부이다. 남편 리차드 강씨는 한국계 이민자 1.5세지만 어렸을 때까지 한국말을 못하고 백인 동네에서 성장했다.
아내 소니아 씨의 아버지는 흑인, 어머니는 멕시코계지만 아시안 인구가 많은 하와이에서 성장했다. LA에서 만난 이들 부부는 네 자녀를 다인종 국적 및 문화, 다국어 환경(multicultural, multiracial, and multilingual home)에서 기르고 있다.
강씨 부부의 결혼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보수적인 한인 가장인 강씨의 아버지는 흑인-멕시코 여성과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남편 강씨는 손자가 생긴 후에야 아내를 아버지에게 정식으로 소개할 수 있었다.
강씨 부부처럼 인종간 결혼을 하는 사례가 미국에서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센서스 결과 ‘다인종 인구’ (mixed race)는 가장 급격하게 늘어나는 인구집단이 되고 있으며, 퓨리서치 조사(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17%는 인종간 결혼이라고 한다.
조지메이슨 대학(George Mason University) 정부정책학과의 저스틴 게스트(Justin Gest) 교수에 따르면, 인종간 결혼은 양극화하고 분열(separation, polarization)하는 미국사회에 대응하는 미래의 대안이다.
그는 미국사회가 소수계 다수인종 사회(Majority Minority)가 되면서 특정 인종이나 종교가 대다수가 되지 못하며, 강씨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정치적, 인종적 경계선을 넘어 미국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2045년이 되면 백인은 더이상 다수 인종집단이 아닐 것이라는 센서스 분석이 그 좋은 예이다.
게스트 교수는 “인종간 결혼은 정치적 양극화 및 분열을 무너뜨리며, 인종, 종교 등 모든 경계선을 무너뜨린다”며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권도 이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흑백결혼 등 타인종간 결혼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불법이고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67년 백인 남편과 흑인 아내와의 결혼을 허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Loving vs. Virginia)가 나오면서 합법화되었다.
최근 10년간 인종간 결혼은 3배가 늘어났다. 가장 흔한 경우는 백인-아시아계 부부이며, 그 다음이 백인-라티노 부부였다. 비백인들끼리 결혼하는 경우는 20% 정도였다. 인종간 결혼이 가장 많은 지역은 캘리포니아주였으며, 하와이가 그 뒤를 이었다.
조지아대(University of Georgia) 행동사회정신학과 앨리슨 스키너-도커누(Allison Skinner-Dorkenoo) 교수에 따르면 최근 TV와 영화 등에서 타인종간 결혼 및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 또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94%가 타인종간 결혼을 지지하고 있다.
강씨 부부는 현재 비영리단체 ‘남부 캘리포니아의 다문화 가족’ (Multicultural Families of Southern California)을 만들고 인종간 결혼 홍보에 나서고 있다. “다양성(diversity)은 아름다운 것이며 서로간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강씨 부부의 말은 오늘날 극단적 대치만 하는 미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