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인생배우기 (5)
도서관은 좋은 피서지다. 시원한 공간에서 조용히 책을 읽다보면 문득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무더위 속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분들과 전력난이나 경제난으로 에어컨 없이 더위를 견뎌야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폭염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영국 런던에서는 활주로가 뒤틀려 항공기 운항이 잠시 중단되고, 중국 충칭에서는 기왓장 아래 타르가 녹아 박물관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고 CNN은 전한다. 미국도 남부 일부지역이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정전과 화재가 발생하고, 곳곳에서 폭염경보를 발표하고, 폭염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다.
연일 기록을 깨는 폭염에 대한 뉴스를 안 봐도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다. 다시 늘어나는 코로나 감염률과 물가인상, 총기난사 같은 소식에 불안감과 위기감이 더해져 가슴이 답답하다. 이 상황을 해결할 힘이 인간에게 있기는 할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어찌하든 살아내야 하는 이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 실바람 같은 그림책이 있다. 〈펭귄과 솔방울〉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빙판 위를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걸어가는 귀여운 펭귄이 떠오르는 그림책이다.
어느 날 펭귄은 빙판에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한다. 눈덩이라고 하기엔 너무 갈색이고, 먹기엔 너무 딱딱하고, 달걀이라고 하기엔 너무 뾰족뾰족한 것. 무엇인지 모르지만 추워서 오들오들 떠는 친구를 위해 펭귄은 털실로 목도리를 만들어 감아준다. 펭귄과 친구는 함께 신나게 놀지만, 계속 추워하는 친구가 걱정되어서 할아버지께 여쭤본다. 펭귄 할아버지는 이것은 솔방울이고, 여기는 너무 추워서 솔방울이 크고 튼튼하게 자랄 수 없다고 말씀 하신다. 펭귄은 솔방울을 데리고 멀고 먼 숲속에 있는 솔방울의 집으로 간다.
부드러운 솔잎으로 둥지를 만들어 솔방울을 내려놓고, 아쉽지만 점점 더워지는 숲속을 떠나야 하는 펭귄은 말한다.
“너는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을 거야.”
그리고 시간이 흘러 크고 튼튼해진 솔방울이 보고 싶어진 펭귄은 솔방울을 만나러 먼 숲속을 찾아간다. 솔방울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림책 안에서 손톱만한 펭귄과 손바닥만큼 자란 소나무가 만난다. 소나무의 꼭대기에는 펭귄이 만들어준 털목도리가 감겨있다. 서로를 알아보고 너무 신나게 함께 노는 펭귄과 소나무지만, 펭귄은 펭귄이 사는 빙판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또다시 긴 시간이 흐르고 숲에는 털목도리를 한 소나무, 털장화를 신은 소나무, 털모자를 쓴 소나무…… 아마도 펭귄이 데려다준 솔방울들이 크고 튼튼하게 자라 만들어진 숲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이 그림책은 한국계 미국인 Salina Yoon 작가의 펭귄 시리즈 중 하나이다. 살리나 윤 작가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150권 넘게 그리고 썼단다. 그림들이 보여주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에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들이다.
〈펭귄과 솔방울〉이라는 제목 아래 ‘우정 이야기’라고 부제를 달아둔 걸 보면 이 그림책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다면, 친구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주는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와는 맞지 않는 환경이라 해도, 친구가 더 크고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가는 것을 도와야 한다. 이렇게 사랑을 줄 때, 친구도 자라고 나도 성장할 수 있다.
펭귄이 솔방울을 위해 하는 일들에는 펭귄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 솔방울의 추위를 덜어주기 위해 털목도리를 만들어야 하고, 먼 숲속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힘겹게 썰매를 끌어야 한다. 펭귄의 희생과 노력이 솔방울을 하나의 땔감이 아니라 키 큰 나무를 만든다. 이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지구온난화 문제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로 나의 생각이 옮겨간다.
올 여름 세계적 폭염피해도 지구온난화의 진행을 보여주는 피해이다. 지구를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여야만 한다. 이 절실한 과제를 해결까지는 아닌 것 같고, 지연해 보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방안에 각 국가의 이익과 손해를 먼저 따지고 비판한다면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미래에 우리가 찾아갈 소나무 숲이 있을지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