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의 조직개편이 급물살을 탈 움직임이다. 이석현 수석부의장이 최근 대통령실에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자문 기구인 민주평통은 헌법 92조에 따라 평화통일 정책 수립에 대해 자문을 맡는다. 의장은 현직 대통령이 겸임해 윤석열 대통령이 의장직을 맡고 있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임기는 2년이며,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상징성이 크다. 국내외에서 의장인 대통령을 대리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부의장도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신임이나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의 느낌이다.
아무튼 그의 사퇴는 해외 한인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평통은 해외거주 한인들이 한국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조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권의 변화에 따라 조직과 활동 방향이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주민주평통 지부들의 활동이 예전보다 활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력했던 한반도 평화통일 프로세스가 정권 교체와 함께 동력을 잃었고, 새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 민주평통의 조직이 채 정비되지 않아 방향설정이 되지 않은 탓이다. 이른바 과도기적 상황이다.
이유야 어쨌든 장강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제 관심은 누가 민주평통의 핵심인 수석부의장과 사무처장으로 임명돼, 지구촌 각지에 형성된 방대한 조직을 이끄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후임으로 김무성 국민의 힘당 상임고문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임고문은 6선 국회의원으로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다. 2020년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그럼에도 그의 정치적 존재감은 아직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가 수석부의장에 임명될 경우 민주평통에도 그만큼 무게가 실릴 것이다.
하지만 그의 복귀무대가 하필이면 민주평통이냐며 일각에선 불만을 토로한다. 더 이상 정치원로 대우 차원의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 자유 주권 총연대(Overseas Withpeople representatives League)는 이와 관련, 최근 긴급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단체는 세계 15개국 34개 해외동포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이번에 임명될 수석부위장은 자유가치를 존중하는 인사로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엇보다 자유통일 방법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논란이 빚어진 ‘탈북어민 강제 소환’과 관련한 김 상임고문의 시각은 일반인들의 자유통일관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게다가 최근 요동치는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도 새로운 민주평통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새 수석부의장은 해외동포를 포함,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지도력이 있고, 국제정세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요구된다는 게 해외 한인단체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들은 김 상임고문의 역량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통일관과 철학이 부족한 것은 물론, 그동안 걸어온 정치 행보를 볼 때, 포용보다는 분열의 정치에 앞장섰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점을 잘 헤아려 능력있는 인물을 임명, 조직에 새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이를 통해 민주평통은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다가올 평화통일에 명실상부한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인사는 만사’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변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