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산 전기차들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타격이 예상되지만,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은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 감축법으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외국 기업 중 주된 수혜자가 됐다고 23일 보도했다.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조지아주에 1.7GW(기가와트) 규모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인 한화솔루션 측은 블룸버그에 “내년부터 매년 2억달러 이상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들여 미국 내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용 타워 제작사로 미국에 공장이 있는 씨에스윈드 역시 세액 공제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며 미국 내 투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한화큐셀 공장 전경.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탈탄소와 풍력·태양광·배터리·그린수소 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을 위해 3천74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풍력·태양광 부문 지원액이 30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관련 기업들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미국이 중국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함에 따라 반사 이익으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BNP파리바 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인플레 감축법의)주요 수혜국 중 하나로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 속에 한화솔루션과 씨에스윈드 주가는 지난달 중순 저점 대비 40%가량 올랐고, 현대에너지솔루션과 두산퓨얼셀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 수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이 법안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올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내년 1월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결과 기존 제도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던 한국산 전기차들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차 조지아주에 짓는 전기차 전용공장의 완공 시기를 2024년 하반기로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기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 감축법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사업환경도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와 중국산 원료 의존도 축소 등에 따른 제품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 홀딩스는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고 리튬 생산 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