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 이후 첫 공개 강연 “정권 바뀌어도 대북정책에 일관성 있어야”
이낙연 전 총리는 22일 “지금 북한 비핵화 문제는 북한과 미국에 맡겨져 있지만 이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할 때가 됐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애틀랜타에서 행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 협의회'(회장 김형률) 초청 특별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월초 미국으로 건너와 조지워싱턴대학의 한국학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전 총리가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과제로 “한국의 대북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이 근간부터 바뀌곤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치도 대북 문제를 중심으로 양극화돼왔다. 그래서는 북한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대북정책의 근간을 세우고 양극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역량과 정책에 대한 미국, 중국 등 관련국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그러자면 우선 미국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하다”며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례를 예로 제시했다.
북한에 대해선 “핵 개발로 질주하며 고립과 빈곤을 계속할 것인지, 핵 개발을 멈추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화하며 발전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에 대해선 “북한에 이념적 접근보다는 실용적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실용주의 정책으로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종전선언에 미국이 협력하지 않은 것도 몹시 아쉽다”면서 “만약 미국이 종전선언을 실현했다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낙연(왼쪽 네 번째) 전 총리가 22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평화통일 강연회에서 브래드 라펜스퍼거(왼쪽 세 번째)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조지아주 명예 시민증을 수여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이 전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서방세계와 대치하는 신냉전 구도 양상을 보인다고 평가한 뒤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지 못한 대외정책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신중하고 균형 잡힌 실용주의적 대외정책’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 전 총리는 “종전선언과 북미 수교가 양자택일 관계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며 “남북 간 신뢰를 쌓으려면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강연에는 브래드 라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과 한국계 샘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라펜스퍼거 국무장관은 이 전 총리에게 명예 조지아주 시민증을 수여하며 환영했다. 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