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가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애틀랜타를 방문, 지역 한인들을 대상으로 공개 강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 전총리는 올 6월 도미, 연수차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도중 더불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패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상당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민주당 차기대선후보직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가 새정부 출범 이후, 어쩌면 정치행보로도 비칠 수 있는, 첫 공개 강연회 장소를 애틀랜타로 잡았다.
애틀랜타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유적이 있는 곳이다. 평양을 방문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애틀랜타를 방문한 최고 고위위정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대통령은 2014년 9월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 기독실업인회(CBMC) 세계대회에 참석하는 도중, 귀넷 상공회의소 1818클럽에서 애틀랜타 한인 CBMC 지회 회원들과 만찬 행사를 가졌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측도 처음 맞이하는 전직 대통령 의전에 신경 쓰느라 긴장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난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도 잠시 애틀랜타를 방문했으나, 동포 간담회와 같은 공개행사는 없었다.
이후 8년이 지나 이 전 총리도 같은 장소에서 ‘한반도 평화와 한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그는 이 강연에서 미국과 한국정부에 대해 제재와 압박의 대북 정책 기조를 지양할 것을 주장했다. 대화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것이 평화 유지와 한반도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북한을 이념적 시각보다 실용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상대하는 것이 대결과 제재 위주의 정책보다 좋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정계에 입문, 문재인 정권 시절 총리를 지냈으니, ‘햇볕정책’과 ‘달빛정책’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은 당연하다.
반면, 이들 정책 덕분(?)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현재 한국과 동북아시아를 위협하게 되었다는 논란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전총리의 강연에는 베트남의 국부로 불리는 호찌민 전 국가주석처럼 이념과 규범보다 실용과 현실을 중시하는 사상이 녹아 있다.
역대 한국정부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실제 그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그래야 협상의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윤석열 정부가 참고할 만하다. 상대방의 지혜를 빌리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미국도 정권이 바뀌어도 대외정책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번 정부에서 통일정책에 일관성을 다지는 기반을 만들면 좋겠다.
최근 국제 상황은 동북아를 중심으로 풍운이 몰려오고 있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상만사 변화 속에는 항상 기회가 있는 법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일관성 있는 통일정책과 방향을 논의하는 정책자문기구로 조직을 개편하고, 수석부의장을 통일전문가로 임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정치원로를 예우하는 자리에 머물러서는 의미가 없다.
여기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정책의 마스터 플랜을 만들고, 국내외 자문위원들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평가하는 명실상부한 통일정책 자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하루아침에 의견 수렴이나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념의 양극화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부처 이기주의도 염연히 존재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더 늦기 전에 통일정책 마스터 플랜을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 성경에도 ‘때가 도적처럼 오리라’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