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사건으로 한인 3명을 포함한 8명이 목숨을 잃은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전국을 휩쓸던 추모의 물결이 지나간 후 돌아보니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보인다. 한인들의 삶이 전보다 편안해졌거나 더 안심하고 살 수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총격사건 이후로 한인 등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애틀랜타에서 많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도 타주에서 “애틀랜타는 괜찮냐”라는 안부 인사를 듣곤 한다.
수치로만 봐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시작된 아시안 증오 정서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진 것이 없다. 비영리단체 스톱 아시안 혐오(Stop AAPI Hate)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아시안을 표적으로 삼은 증오행위가 1만1000건에 달한다.
2020-2021년 기간 동안 증오행위를 당한 피해자는 중국계(42.8%)에 이어 한인(16.1%)이 두번째로 많았다. 증오행위의 63%는 언어적 괴롭힘(verbal harassment)이었고, 물리적 공격(physical assault)이 16%, 민권법 위반(civil rights violations)이 11%였다. 증오행위가 발생한 장소의 대다수는 공공장소였고,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과 노인이었다.
이 단체의 만주샤 쿨카니(Manjusha Kulkarni) 변호사는 “증오 행위를 단번에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적으로 볼 때 모든 증오행위가 범죄는 아니다. 연방법에 따르면 증오범죄(hate crime)는 성별, 인종, 국적, 종교, 정치적 동기(basis of gender, race, nationality, religion or political affiliation)를 이유로 저질러지는 범죄를 의미한다.
반면 증오행위(hate incident)는 위와 같은 동기로 저질러지는 행위지만 범죄라고 부를 정도(criminality)까지는 아닌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시안을 대상으로 모욕적인 칭호로 부르거나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광고를 내거는 것은 증오행위이기는 해도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대처하기가 애매하다.
문제는 한인 등 아시안들이 증오범죄건, 증오행위건 피해를 입어도 경찰 및 정부기관에 신고하거나 호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증오행위의 심각성이 정부범죄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또다른 문제는 경찰이 범죄신고 접수를 받아도 이를 증오범죄라고 FBI에 신고하지 않고 단순 범죄로 취급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의 인구 10만명 이상 지역을 담당하는 경찰서 가운데 85%가 증오범죄가 제로(zero)라고 답했다. 조지아주의 경우도 아마도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증오범죄로 신고가 들어가더라도 지역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나디노(Cal State-San Bernadino) 증오극단범죄 연구소(Center for the Study of Hate and Extremism)의 브라이언 레빈 연구원은 증오범죄 가운데 20%만이 정식으로 기소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안 등 유색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주는 주의회, 주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SB 1161, AB 2549 등의 법안을 내놓고 주정부가 증오범죄 신고전화 설치 및 피해자 대책을 제공할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타주에 비해 조지아주의 증오행위 대처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애틀랜타 총격사건이 불과 1년전에 발생했는데, 현재 조지아주 선거에서 주지사, 연방상하원의원, 주상하원의원 후보 가운데 증오범죄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애틀랜타 아시안 혐오범죄 비상대책위원회 및 아시안 혐오중단 연합(SAH Coalition)등 한인 및 지역사회 차원에서 노력이 계속되지만 민간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한인 유권자들은 우리 지역 선거운동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증오범죄에 대처하는 공약이 있느냐”라고 물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