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반려견을 지켜보기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주인과 함께 나이 들어가던 반려견이 어느 날부턴가 활력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는 일이 잦아지고 때때로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하거나 제자리를 빙빙 돌고 한밤중에 아무런 이유 없이 짖어대기 시작한다면, 거기다 그동안 잘 가리던 대소변까지 실수하기 시작한다면 반려견은 이른바 개 치매, ‘인지능력 장애’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개들의 인지 장애 발생 확률을 최대한 낮출 방법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기적인 운동이다.
2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싱턴대 연구팀이 ‘개 노화 프로젝트’에 등록된 반려견 1만5천19마리를 분석한 결과 ‘비활동적’인 개들은 운동과 산책 등으로 ‘매우 활동적’인 개들보다 인지장애를 가질 확률이 6.47배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다만 인지장애 때문에 운동이 부족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견주의 관찰을 기반으로 한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운동 부족과 인지 장애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이번 연구로 입증되지 않는다.
활동성 외에 반려견의 연령도 인지장애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파악됐다.
개는 견종·몸무게 등에 따라 수명이 다양하다. 대개 대형견 수명이 짧은 편이다. 체중이 최대 100㎏을 넘는 대형견 마스티프의 경우 수명이 6∼12년, 소형견의 대표 주자 치와와의 수명은 12∼20년 정도다.
이번 연구에서는 각 견종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삶을 4단계로 구분해 인지장애 발생률을 살펴본 결과, 삶의 마지막 단계인 4단계에서 해가 갈수록 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경계 장애, 청력·시력 손상 등도 개의 인지장애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파악됐다.
‘개 노화 프로젝트’의 전체 연구대상 반려견 가운데 인지장애 비율은 1.4%였다. 이번 연구대상에는 갓 태어난 강아지부터 20살을 넘긴 초고령견이 모두 포함돼 있다. 등록 대상 견주의 설문조사 답변이 연구의 근거가 됐다. 지금까지 설문조사는 1차례만 진행됐다. 앞으로 대상 반려견 수를 10만 마리까지 늘리고, 각 반려견주 대상 설문 횟수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연구에 참여한 피츠패트릭 워싱턴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지장애를 가진 개와 그렇지 않은 개를 비교했지만, 앞으로 해가 가면 똘똘했던 개가 나이를 먹고 인지력이 퇴화하는 사례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