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시에 래니어 호수 공원에 모여 걷고, 생일을 맞는 ㄱ 권사님 위해 호숫가에서 바비큐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다. 깜짝 이벤트는 ㅂ 집사님 부부의 아이디어였고 생일 파티 음식준비도 그들이 한다고 했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위로 아침 햇살이 반짝이고, 호수 저편엔 흰 배도 보이고 제트-보트들이 달린다. 우리 일행은 사람 많은 수영장과 먼 거리의 소나무 그늘이 드리운 공원 피크닉 테이블을 잡아 테이블 위로 천막을 쳐서 완전한 그늘을 만들었다. ㅂ 집사님은 나무를 태우거나 석탄을 쓰는 공원 화덕을 쓰지 않고, 가지고 온 배터리에 밥 솥을 연결하여 밥을 짓고, 준비해온 고기들은 가져온 가스-렌지로 요리하려고 설치하고 있다. 여행을 즐기는 그들 부부는 간편하게 야외 부엌을 뚝딱 준비했다.
ㄱ 장로님은 등에 지고 온 큰 자루 속에서 천막을 꺼내, 말뚝을 박는 것도 아니고 기둥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밀고 당기니 6각형의 텐트가 오뚝이처럼 우뚝 선다. 와 참 편리한 세상, 야외 캠핑 천막도 간편하게 펴고 접게 발명되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걷는 대신 남자들은 호수위로 배를 타고 사진을 찍었다. 장로님이 가져온 고무 카약은 바람을 넣어 호수에 띄우고 ㅇ 집사님과 내가 탔다. 작은 카약엔 ㅂ 집사님, 두 척의 작은 배는 호수가운데 있는 무인도 작은 섬을 향해 노 저어 나갔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호수위로 배 떠 나간다’ ㅂ 집사님이 선창하니 모두 따라했다. 무인도에 도착해 보니, 작은 운동장만 한 섬엔 소나무 참나무 아카시아 나무들이 높게 자랐고, 흙이 물결에 씻기어 떨어져 나간 섬 가장자리엔 공기중에 노출되었던 나무뿌리들이 길게 구부러져 흙이 있는 섬으로 방향을 틀어 흙속으로 파고 들어갔고, 삶의 무게와 고단함이 구부러진 뿌리에서 보였다.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ㄱ 장로님의 하모니카 연주에 맞추어 그의 부인이 노래를 부른 것은 호수 공원 테이블에서, ㄱ 권사님 생일 파티를 끝낸 후였다. 푸짐한 바비큐 식사, 생일 케이크에 촛불과 생일 축하의 노래, 남편의 키스행사가 끝나고나서 였다. ‘별빛 같은 나의 사랑은 장로님이 색소폰 동호회에서 다음에 있을 연주회에서 아내를 위해서 독주 하기위해 집에서도 열심히 연습하는 곡이라고 했다.
하모니카 연주를 중간에서 중단하고, 핸드폰에서 ‘별빛 같은 나의 사랑’ 색소폰 독주 동영상을 찾아 틀어 놓고, 그의 부인, 의사로 일하다 은퇴한 나이든 여자가 진심으로 남편에게 고맙다고 고백하듯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넓고 아름다운 자연 호수가 배경이 되고, 키 큰 소나무가 우거진 호숫가 무대에서, 학예회에 나온 어린이처럼, 부인은 눈을 지긋이 감고 팔과 손으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얼마나 내게 필요한 사람인지,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요.”
“아멘!” ㅂ 집사님의 굵은 목소리에 모두 박장 대소했다. 노랫말이 감동을 주는 대표기도 같았다. 사랑의 뜨거움이 식어진 노년의 지금은, 늘어난 잔소리와 칼로 물 베기라는 잦은 부부싸움을 하다 가도, 마음속 깊이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 지금도 동반자로 옆에 있어주는 감사가 누구나 가슴속에 숨어 있었는데, 노랫말이 숨겨진 진심을 대신 표현해 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배우자가 죽고 나서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이웃을 보면 그 느낌은 확실하다. 당신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야 알 것 같다고 공감하니 “아멘!” 소리는 자연스럽게도 들렸다.
“이 노래는 아내가 남편에게 부르는 노래 에요? 남편이 아내에게 부르는 노래 에요?” “임영웅 남자가수가 불었으니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노래가 아닐까요?” “권사님이 부르니 남편을 향해 고마워하는 진정한 아내의 고백 같아요!” “배우자에게 상대가 부르는 노래 네.” 그런 대화가 오갔다.
갑자기 소낙비가 후두두 덜어졌다. 모두들 천막 속으로 들어갔다. 천막속에 설치한 테이블 주위에 서고 앉았을 때, ㅂ 집사가 옛날의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하자, 모두 서가나 앉아서 손뼉 치며 춤추며 가물가물한 옛날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옛날 그 시절의 감정과 우정이 지금 노래를 나누는 이웃으로 옮겨지는 느낌이었다. 치매에 좋다고 “산토끼” 동요를 단어마다 꺼꾸로 부르기도 했다. ”끼토산, 야끼토, 를디어 냐느가…” 모두들 박장대소하며 따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