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권세를 누렸던 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책 홍보를 하려다 진땀을 뺐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쿠슈너가 트럼프를 고통스럽게 변호하고 있다”며 “자서전을 홍보하려다 장인 관련 질문 공세만 쏟아졌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가(家)에 우호적이진 않지만, 쿠슈너에게 불편한 질문 공세를 한 매체는 그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시리어스XM 방송이었다. 쿠슈너는 최근 백악관 시절을 다룬 회고록 『역사를 만들다(Breaking History)』를 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6일 자신의 지지자들을 움직여 의회 폭동을 일으켰다는 의혹과 일부 지역에서 개표 조작을 했다는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을 처지다.
이달엔 법무장관 메릴 갈런드가 직접 승인한 영장으로 연방수사국(FBI) 등이 그의 자택을 수색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의 남편이다. 이방카와 쿠슈너는 유명한 비선(秘線)실세로, 백악관 수석 고문이란 직함에 사무실까지 따로 갖고 있었다.
베테랑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저서에 따르면 이방카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 스티브 배넌에게 백악관 복도에서 “내가 바로 퍼스트 도터(the First Daughter, 대통령 딸)야”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쿠슈너의 사무실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잘했어, 사랑한다”는 사인한 액자가 걸려있었다. 퍼스트 도터 부부의 권세는 실로 대단했지만, 그 권력은 트럼프의 단임 임기 4년 동안이었다.
NYT에 따르면 시리어스XM 방송의 인터뷰어는 책 홍보를 위해 출연한 쿠슈너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쿠슈너는 이에 대해 “다른 의견(different words)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얼버무렸다.
이에 인터뷰어는 재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이 맞는다는 것인가”고 물었고, 이에 쿠슈너는 “여러 가지 다른 방식의 말들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고 한다.
인터뷰어는 그럼에도 계속 “(지난) 대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해달라”고 했고, 쿠슈너는 “엉망인(sloppy) 선거였다고는 생각한다”고 답했다. 달변가인 천하의 쿠슈너가 진땀을 뺀 것이다. NYT는 “쿠슈너가 회고록을 홍보하려다 외려 난처해졌다”고 전했다.
쿠슈너 회고록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NYT에만 있지 않다. 쿠슈너의 이번 회고록은 500페이지에 달하는데, 출간 전 그가 얼마나 솔직하게 여러 비화를 설명할지에 시선이 집중됐다.
NBC는 27일 “쿠슈너와 트럼프가 사적(私的) 이익을 위해 중동에서의 외교 정책을 마음대로 조정했다는 의혹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지가 관심사였다”며 “쿠슈너가 지휘한 일부 중동 정책은 국익보다는 그의 사업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외부 기고를 실었다.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권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로 통칭)과 교류하며 20억 달러 투자를 끌어낸 것이 결국 쿠슈너 개인이 운용하는 펀드에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쿠슈너는 다양한 정책에서 막후 실세로 활약했는데, 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데 핵심 역할을 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의 화약고를 재점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쿠슈너는 유대인으로 이방카까지 유대교로 개종시킨 뒤 결혼했다. NBC 기고문은 “쿠슈너는 이런 의혹 중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며 “야심찬 제목에 비해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전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