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논란 많은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8일 “입국 전 검사 폐지가 국내 방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 및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다음 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후 검토 결과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보고한 뒤 최종 결정,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대본 회의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열리는데, 관련한 회의 일정 등을 고려하면 다음 달 2일께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해외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48시간 이내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나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은 뒤 음성확인서를 내야 한다. 입국 후로도 1일 이내에 PCR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번거로운 절차 탓에 불편함이 따르는 데다 해외에서 진행하는 검사가 부실해 실효성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귀국한 A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귀국 전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경험담을 올리고 “터키 출신 간호사는 마스크도 안 쓰고 한참 얘기한 뒤 검사를 시작하자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 채취한 검체가 모자랐는지 내 검사 키트에 색깔이 나타나지 않자 휴지통에 버렸던 검체를 다시 꺼내더니 추가로 더 짜냈다. 한국에 도착해 다시 PCR검사를 해야 하는데 굳이 미국 현지에서 아까운 외화를 낭비해 가며 실효성 없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입국 전 코로나 검사을 두고 항공사와 공항·여행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혹시나 외국에서 양성이 나오면 한동안 못 돌아오는 거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해외여행을 주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7월 국내 항공사의 공급 좌석은 6월보다 14%가 늘었지만 여객 수는 약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천공항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 명까지 회복됐다고 하지만 코로나 이전 성수기 때 20만 명을 훌쩍 넘던 것에 비하면 30%대에 불과하다.
질병청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입국 전 음성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도 다음 달 7일부터 3차 이상 접종자에게는 입국 전 검사를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가 입국 전 검사 폐지로 방향을 잡았지만 시기나 방법을 두고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유행 상황이 완전히 안정적인 게 아닌 만큼 이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주는 메시지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9월 추석 연휴(9~12일)에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는 데 따라 시행 시기는 연휴 이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일괄 적용할지, 단계적으로 폐지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서는 검사 의무를 유지하고 3차 접종자에 한해 검사를 면제하는 등의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검사를 폐지하더라도 유증상자 등을 대상으로는 일단 입국하자마자 공항 등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바로 받게 하는 식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갑생·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