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으로 코로나19·약물과다 투약·자살 증가 등 의심
미국인 기대수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했던 2021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줄었다고 AP통신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잠정 보고서를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통신은 CD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인 기대수명이 2년 연속 단축된 것은 1960년대 초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78년 10개월이었던 미국인 기대수명은 2020년 77년으로 짧아졌고 지난해에 다시 76년 1개월로 떨어졌다.
작년 여성 기대수명은 80년에서 약간 못 미쳤던 한 해 전보다 10개월 줄어들어 79년을 조금 상회했고 남성은 74년에서 73년으로 1년 줄었다.
수십 년간 계속 높아지던 미국인 기대수명은 상승 추세가 꺾여 1996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기대수명이 3년이나 줄어든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에 대폭 줄어든 사태와 비교된다.
기대수명은 아기가 태어나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로 그해 사망률을 근거로 산출한다.
통상적으로 기대수명은 건강을 토대로 한 특정국 국민의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읽힌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80.5년이다. 한국은 83.5년, 일본은 84.7년에 달한다.
미국인 기대수명 하락의 최대 원인은 코로나19 대유행이다.
약물 과다복용과 관련된 사고로 인한 부상이 두 번째로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10만 7천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인 기대수명 하락은 인종별로 차이가 커 북미, 알래스카 원주민의 지난해 기대수명은 65년으로 팬데믹 이후 무려 6년 6개월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아시아계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2년 주는 데 그쳐 지난해 83년 6개월이었다.
원주민 다음으로 기대수명이 많이 준 인종은 백인, 그다음은 흑인이었다.
지난해 백인 기대수명은 전년보다 1년 줄어든 76년 5개월, 미국 흑인은 8개월 줄어든 70년 10개월이었다.
2020년 무려 4년이나 줄었던 히스패닉의 지난해 기대수명은 77년 7개월로 한 해 전보다 2개월 줄었다.
기대수명이 인종별로 편차를 보이는 이유는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과 백신 접종률, 소득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디언계 미국인들처럼 소득이 적은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인 상황에서도 계속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자살률이 증가한 것도 기대수명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인은 전년과 비교해 약 2천 명 많은 4만 8천 명이었다.
미국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020년 13.5명에서 지난해 14.1명으로 많아져 2018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국인 자살률은 2000년대 초부터 2018년까지 계속 높아지다가 2019년 조금 떨어졌고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조금 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자살률이 하락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데다 자연재해 등 국가적 재난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이 단합하고 상부상조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봤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인구학자인 새뮤엘 프레스턴 교수는 미국인 기대수명이 2년 연속 하락한 데 대해 “우울한 상황”이라며 “전에도 안 좋았는데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