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적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 격차 더 벌어져…특단대책 절실”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 실력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이후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전국 학업성취도평가(NAEP) 결과 9살에 해당하는 4학년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 점수가 이 평가가 시행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래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읽기 시험의 평균 점수는 500점 만점에 215점으로 직전 시험인 2020년 초반 NAEP에 비해 5점 떨어졌다. 수학 평균 점수는 2년 전보다 7점 하락한 234점에 머물렀다.
이 같은 결과는 읽기의 경우 1990년 이래 최대폭 하락이고, 수학의 경우 NAEP가 시작된 1971년 이래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4학년들의 성적이 2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면서, 팬데믹이 지난 20년간 수학과 읽기에서 축적된 성과를 지운 셈이라고 평가했다.
소위 ‘전국 성적표'(Nation’s Report Card)로 불리는 NAEP는 50개 주 4학년과 8학년을 대상으로 독해력과 수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는 미국 전역의 4학년생 1만4천800명이 응한 가운데 치러졌다.
평가 결과 수학과 독해 실력의 하락세는 인종, 소득 수준과 거의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성취도 최저 그룹에서 더 두드러졌다. 학업 성취도가 90% 이상인 최상위 학생층에서는 수학 성적 하락폭이 3점으로 비교적 크지 않았으나, 최하위 10% 집단에서는 하락폭이 12점에 달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버드대학 교육학과의 앤드류 호 교수에 따르면, 이번 시험에서의 1점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대략 3주의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학에서는 흑백 인종 간의 차이도 두드러졌는데, 흑인 학생들의 성적은 13점 하락한 반면 백인 학생들의 점수 하락은 5점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런 결과와 관련해 교육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 저소득층과 흑인, 히스패닉 학생들이 거주하는 대도시 지역의 학교가 더 오래 문을 닫았고, 그 결과 원격 수업에 더 오래 노출되면서 이들의 학력도 저하된 것으로 해석했다.
평가를 주관한 연방 교육부 산하 국립교육통계센터(NCES)의 페기 G. 카 위원은 “(점수)하락의 폭과 강도에 깜짝 놀랐다”며 “상위권 학생들과 하위권 학생들의 격차는 팬데믹 이전에도 벌어지고 있었지만, 하위권 학생들의 실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카 위원은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미국 교육에 충격을 주고, 학생들의 학업 성장을 방해했다”며 팬데믹 기간 봉쇄와 격리 등의 조처로 오랜 기간 원활한 수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 등을 이 같은 결과를 낳은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팬데믹을 거치면서 문제로 떠오른 교직원 수 부족, 학생들의 잦은 결석, 사이버상에서의 괴롭힘, 학교에서의 총격 사건, 학교 폭력 등도 학업 성취가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애런 팔라스 교수 역시 이번 평가 결과와 관련, “저성취 학생의 점수가 급락한 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9살배기들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대학 애넌버그 연구소의 수재너 롭 소장은 “저학년 학생의 평가 점수라도 이후 학창 생활에서의 성공과 전반적인 교육 과정을 예측할 수 있다”며 학업 성적이 낮은 아동의 경우 실력이 너무 뒤처지게 되면 학교에서 이탈하게 되고, 고교를 졸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니얼 A.도메네흐 미 학교관리자협회(AASA) 이사는 WSJ에 “학업 성적이 높은 학생들과 낮은 학생 사이의 벌어지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일대일 과외, 학급당 학생 수 축소, 보충수업을 위한 서머스쿨 의무화, 열악한 학교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