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전기차 대표단 방미 협의
“전기차 차별문제 심각성 받아들여
…USTR 협의 시 백악관측도 참석”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한국산 차량을 제외하기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검토키로 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31일 하와이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양자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설리번 보좌관이) IRA가 한국 입장에서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상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SC는 백악관이 IRA와 관련된 행정명령을 내기 이전에 검토 결과를 한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NSC 검토 결과를 기다리면서 우리 정부도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문제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31일 양국 관련 부처들이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공동 협의 창구를 제안했고, 미국측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양국 정부간 실무 논의에는 백악관 관계자도 참석해 한국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등 이 문제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동맹으로서 함께 논의해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 대표단의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2박 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 DC 인근의 덜레스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르면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안 실장은 방미 기간에 미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 재무부, 국무부 등 관련 부처를 모두 방문했고, IRA가 입법 사항인 만큼 상원 수석전문위원도 만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각 부처가 이 문제를 공유해 한국의 우려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면서 “우리의 상황과 기업 입장, 국회 분위기, 한국민들의 정서 등을 잘 전달했고, 미 측은 그 심각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단이 USTR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당국자들도 참석했다고 소개하며 “백악관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들도 이 문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우리의 우려를 알고 있었다”며 “한국을 중요한 동맹으로 여기면서 자신들도 준비가 돼 있으니 같이 논의하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울러 안 실장은 이 사안이 특정 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는 만큼 공동 협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미 측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그와 같은 방식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9월 5∼6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DC를 방문하는 계기에 공동 협의 창구 마련 방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실장은 “미 측도 법 자체가 입법부 사안이고 통과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분석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해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의 완전해소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지난 12일까지 IRA 입법 절차를 마쳤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법안에 서명해 이를 공포했다.
특히 IRA 내용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만 포함하도록 규정하면서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