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이 “어디 일할 사람 없소”를 외치고 있다. 한인타운만 해도 현대기아차 공장 등 대기업으로 시작해 식당, 건설 등 모든 분야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가 났다.
필자가 아는 한 식당은 수십년의 역사에 장사도 잘 됐지만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 2년간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매상도 줄었고, 무엇보다 일할 사람이 없어 온 가족이 총출동해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힘들어서 문을 닫았다고 한다. 나중에 ‘팝업 스토어’ 형태로 다시 영업하고 싶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쉬는게 우선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현대기아차 공장 계열사들은 일반 직원 구인난도 물론이지만, 생산에 꼭 필요한 고학력 한국인 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워서 고통을 겪고 있다. L-1주재원 비자, H1B 취업비자로 필수 직원을 데려오려 해도 발급받기가 너무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에 한국 대기업 간부가 L-1비자를 받으러 자신만만하게 서울 미대사관으로 갔다가, 인터뷰 과정에서 영사에게 ‘듣보잡’ 기업 취급을 받으며 갖가지 트집을 잡힌 후 추가서류 요구를 받는 굴욕을 당했다며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과 코로나19를 겪으며 미국 이민자 숫자가 격감한 것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UC데이비스(UC Davis) 경제학과 교수인 지오반니 페리 박사(Giovanni Peri)는 센서스국 수치를 연구한 결과 “2019년 중순부터 2021년말까지 이민자 숫자는 거의 제로(zero)”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그 결과 미국인 170만명의 이민자 인력을 잃었다” 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말부터 이민자 숫자가 늘기 시작했다면서도 “현재 의사, 컴퓨터 과학자, 바이오 엔지니어 등 STEM 기술을 갖춘 고햑력 이민자 90만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요식업, 접객업, 노인간병, 어린이 돌보미 등 학력이 필요없는 단순노동 인력도 80만명이 부족하다고 그는 내다봤다.
이민 변호사들도 미국의 이민 프로세스가 최근 2년간 ‘올스톱’ 됐다는데 동의한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American Immigration Lawyers Association) 정부담당 변호사인 그레고리 Z 첸 변호사(Gregory Z. Chen)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이민국(USCIS)의 이민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 퇴임 당시 적체된 이민청원은 50만건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기간 적체 건수는 140만 건에 달했다. 그 결과 160만건의 케이스가 6년 이상 적체된 채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민국에서 자신만만하게 자랑했던 자동처리시스템(Automated Export System, AES)의 케이스 처리 기간은 평균 180일에서 7개월로 늘어났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이민개혁(comprehensive immigration reform)은 아직도 멀었다.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미국민이 서류미비자합법화(legalize unauthorized immigrants)에 찬성하고 있지만, 양극화된 미국 정치권은 이민개혁에 대한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만만하게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소법(Inflation Reduction Act)은 서류비미자 합법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정치권의 반대 끝에 결국 DACA학생에게 약간의 기간 연장 혜택을 주는 수준으로 끝났다. 이에 대해 첸 변호사는 “현재 분위기로 볼때 2023년까지는 특별한 이민개혁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력난에 고통받는 한인비즈니스 및 스몰 비즈니스를 살리려면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할 사람을 키우려면 수십년은 기다려야 한다. 미국은 지금 일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동안 미국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사람의 상당수는 이민자였다.
이제 한인들은 오는 11월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에게 인력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그리고 이민개혁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단호하게 물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