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일보에는 ‘연방정부, 코로나 진단키트 무료배포 중단’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그동안 미국 거주민은 웹사이트(covid.gov) 등을 통해 신청하면 우편 배송을 통해 진단 키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의회에서 코로나19 대처 예산 관련 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정부 예산으로 키트 구매가 중단된 것이다. 따라서 필자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은 앞으로 약국에서 돈을 주고 자가진단 키트를 사야 한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더욱 복잡하다.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는 올겨울 코로나 재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2023년 회계년도 예산에 최소 225억달러 규모의 팬데믹 대응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의원과 같은 백신 음모론자, 그리고 백신 무용론을 주장해온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유력 인사들의 반대로 예산확보는 좌절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무료로 제공됐던 많은 코로나 관련 서비스가 내년부터는 유료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연방농무부 연구원 에드워드 키삼(Edward Kissam)은 지적한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코디네이터인 아시샤 자 박사(Dr. Ashish Jha)는 최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을 상업화(commercialization)라고 개탄했다. 코로나 예방, 진단, 치료와 관련한 모든 의료서비스가 정부가 아닌 개인 부담으로 상업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농부부 농업건강연구를 전담했던 키삼은 앞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
예를 들어 여기에 농업으로 4식구를 먹여살리는 가장이 있다고 하자. 벌이는 시원치 않고 의료보험은 없다. 이들 가족은 그동안 국가에서 지급한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았다.
그런데 온가족이 이달에 새로 나온 오미크론 전용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받기로 결정했다. 이 경우 이 농부는 네가족 접종비로 600달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의료보험 없는 가난한 유색인종 농부라면 이 돈도 부담스러워 접종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및 노인 등 하이 리스크(high risk) 인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이 코로나에 걸릴 경우 코로나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이드(Paxlovid)의 가격은 정부 구입가로 300달러 정도지만, 만약 정부 지원이 사라지게 되면 가격이 얼마다 뛸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고 키삼 연구원은 지적한다.
자 박사에 따르면 백신과 치료의 상업화는 2023년 중반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은 무보험 저소득층이 인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9년까지 노동 가능연령 인구 가운데 무보험 인구가 30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학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2022년 초 현재 무보험자 가운데 16.1%만이 부스터샷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인 40%가 부스터샷을 받은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숫자다. 또한 싱글맘의 부스터샷 접종률도 16.4%에 불과했다.
키삼 연구원은 이런 상황 가운데 새로운 코로나 변종 감염 사태가 시작되면 2020년을 휩쓸었던 병원포화 및 장기 코로나 후유증이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내다봤다.
한인들은 백신을 챙겨맞는 편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위에 거론했던 저소득 무보험 근로자, 싱글맘이 비용 부담 때문에 새로운 부스터샷을 접종받지 못하고 한인식당 또는 사업장에서 근무한다고 가정해보면 한인사업장도 ‘강건너 불구경’이라고 말할수 없다.
한인사회도 이제 새로운 부스터샷을 빨리 접종받는 한편, 우리 주변의 무보험자를 돌아보고, 정치권이 당파싸움에서 벗어나 보건정책에 한목소리를 내도록 감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