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복지국가 의료 사각지대 많아 충격
전국민 동등 혜택 한국 건강보험 더욱 대단
조지아 생활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미국을 경험하면서 제일 불편한 제도 중 하나가 의료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한인들이 한국이 살기 좋은 점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 시스템이다.
미국 의료 시스템이 불편한 점이 비싼 병원비와 주치의와 전문의를 통한 예약 시스템인 것 같다.
미국 건강보험은 크게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공공보험과 개인이 회사나 사적으로 구입하는 민간보험이 있다. 정부 지원 보험으로는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ACA)가 있다.
정부 지원 보험 혜택을 받는 65세 이상 은퇴자와 저소득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은 민간보험을 구입해야 한다. 소득이나 개인 건강상태에 따라 보험료도 천차만별이지만 의료비가 비싼 만큼 대체로 보험료도 비싸다.
그래서 미국인의 약 15%는 건강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 병원비가 없어 사망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나도 미국에 와서 몸살 등으로 아팠던 적이 있다. 한국이었다면 무조건 병원에 갔을 것이다. 의사 진찰과 약을 타는 데 까지 1만원이 채 들지 않고, 링거까지 맞으면 더 빨리 완쾌 되었을 테니, 진찰과 약에 링거까지 5만원 남짓이면 해결이 된다. (그것도 3만원 넘으면 보험 처리 이후 돌려받을 수 있다.)
질병 처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환자. 사진 / CDC via Unsplash
하지만 미국에선 병원에 가지 못했다. 물론 비자에 관련된 의료보험과 여행자보험의 의료혜택이 있었지만, 진료비를 청구하고 돈을 돌려받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해서다.
또 보험이 되더라도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종합 감기약 같은 걸 먹으며 저절로 낫기만 기다렸었다.
미국의 의료보험을 생각하면 학생 때 인상 깊게 봤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가 떠오른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로 미국 의료보험 제도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식코’는 아픈 사람을 뜻하는 속어다. 영화에선 보험이 없어 손가락이 잘려도 붙이지 못한다. 다큐는 또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에서도 돈이 없는 환자들, 보험회사 측의 비리로 혜택을 받지 못한 환자들이 쿠바로 가서 저렴한 가격에 치료를 받고 약을 구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보험이 없어 찢어진 상처를 직접 꿰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이었다. 세계 최강국이자 높은 복지수준을 가졌다는 미국에서 본인의 상처를 직접 꿰매다니.
15년 전 이야기지만 이게 진짜 미국의 모습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한국의 의료 수준과 복지는 아주 뛰어난 수준이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소득에 비례하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저소득층을 포함해 모든 전 국민이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 외국인까지 모두 수용해 의료혜택에 관한한 빈부 격차가 없다. 이는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에 장기 체류하면서 한국 건강보험을 이용해 병원 진료를 받는 재외 한인들이 늘었다고 한다. (재외국민과 외국인이 한국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 간단한 가입절차만으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의료민영화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나같은 외국인이나 방문자는 물론 시민권자라 해도 돈이 없으면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최강, 최고 복지를 자랑한다는 미국으로 알고 왔는데 누구든지, 언제든지 이렇게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니. 겪어볼수록 아이러니한 면이 많은 나라 또한 미국인 것 같다.
김태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