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폭동을 비롯한 LA의 한인과 흑인 간 갈등에 영감을 받아 예술로 승화시킨 한국계 작가들이 최근 두각을 드러내 화제다.
소설가 라이언 이 왕은 한흑 갈등에 대한 역사적 패턴을 소설로 풀어낸 데뷔작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비주얼 아티스트 라리샤 로저스는 4.29 폭동의 아픔을 오렌지를 이용한 시각적 예술로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한·흑을 가르는 것은 모순” 소설가 라이언 이 왕
LA타임스는 1일 라이언 이 왕(34.사진) 작가의 작품 ‘당신은 어느 편에 서 있습니까(Which Side Are You On)’를 소개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 책은 전국을 휩쓴 ‘흑인 인권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컬럼비아 대학을 중퇴한 21세 대학생 리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집으로 돌아온 리드와 그의 어머니는 LA 곳곳을 다니며 인종 정의, 역사적 트라우마, 조직화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한흑 갈등 역사와 아이디어에 대한 인물들 간의 토론으로 진행되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다”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5대째 중국계 미국인인 왕 작가의 아버지는 노동조합 변호사였으며 현재 UCLA 노동센터를 이끌고 있고, 한인 이민자인 어머니는 1992년 LA폭동이 일어나기 전 LA 카운티 인간관계 위원회 산하 흑인-한인 연합을 결성하기 위해 일했다.
왕 작가는 “흑인과 아시아인 두 커뮤니티가 더 큰 인종차별 세력에 의해 조종되고 서로 밀쳐지고 있는 반복되는 역사적 패턴을 보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고 소설을 쓴 계기를 전했다.
이 소설은 수년에 걸쳐 선과 악에 대한 그의 세계관이 녹아 있다고 왕 작가는 말했다.
그는 “정치적 상황이나 비상사태에 직면했을 때 ‘당신은 어느 편에 있습니까?’라고 질문한다”며 “하지만 동시에 궁극적으로 누구의 편은 없고 나는 수년에 걸쳐 그 모순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두순자 사건’을 오렌지로 형상화…비주얼 작가 라리샤 로저스
한흑 혼혈인 비주얼 아티스트 라리샤 로저스의 작품 ‘우리는 항상 수소처럼, 산소처럼 여기에 있었다(We’ve Always Been Here, Like Hydrogen, Like Oxygen)’가 샌타애나의 그랜드 센트럴 아트센터에서 오는 11월 11일까지 전시된다.
로저스는 두순자 사건의 발단이 15세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가 ‘오렌지 주스’를 훔친 것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두순자 사건은 로드니킹 구타 사건에 이어 LA 폭동으로 한흑 갈등을 고조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
로저스의 작품은 비디오 영상 2개가 코너의 양쪽 벽에서 각각 상영된다. 이 구조는 관람자가 갇힌 동시에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고 로저스는 설명했다.
한 영상에서 로저스는 오렌지로 몸을 씻고 있고, 다른 영상에서 그는 오렌지 캐스트를 어루만지고 있다. 두 영상은 모두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아프리카 노예 역사 관련 유적지에서 촬영됐다.
흑인 아버지와 한인 어머니를 둔 로저스는 “오렌지는 흑인 여성과 라티노 여성의 말살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식민화에 의해 아메리카로 건너온 식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에서 내가 몸을 씻을 때 오렌지는 녹는다”며 “보살핌과 폭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고 전했다.
로저스는 라타샤 할린스가 15세 흑인 소녀였고 두순자는 한국 이민자였다는 점을 짚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과 서로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너무 많은 간격과 구분이 있다”며 “살인에서부터 정의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많은 편견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장수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