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세워진 오하이오주의 한 유서 깊은 소규모 빵집이 가게에서 도둑질을 흑인 대학생을 붙잡은 일로 인종차별 누명을 뒤집어썼다가 6년간의 소송 끝에 거액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오하이오주 대법원은 최근 오벌린대학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명예훼손 소송 원고인 지역 빵집 깁슨 베이커리에 3천65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일 보도했다.
앞서 이 빵집에서는 2016년 11월 오벌린대 학생인 조너선 알라딘이 와인을 훔치다 가게 주인 앨린 깁슨에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알라딘은 흑인, 깁슨은 백인이다.
알라딘은 자신을 찍으려던 깁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달아났고, 이를 뒤쫓던 깁슨은 알라딘과 다른 흑인 2명을 상대로 몸싸움을 벌였다.
잠시 후 경찰에 연행된 알라딘 등 3명은 절도 사실을 인정하고 인종적 이유로 체포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얼마 후 오벌린대 학생들은 이 빵집이 오랫동안 ‘인종 프로파일링’ 등 차별 행위를 했다고 규탄하는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고, 학교 측은 이 가게와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조처를 했다.
인종 프로파일링이란 피부색이나 인종 등을 기반으로 사람을 분류하거나 범죄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급기야 확성기를 든 시위대가 가게 앞으로 몰려드는가 하면, 메러디스 러몬도 당시 오벌린대 총장까지 가세해 이 빵집이 ‘인종차별 시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빵집 종업원의 자동차 바퀴를 망가뜨리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오벌린대 전경 [오벌린대 홈페이지 캡처]
텔레그래프는 오벌린대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흑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한 대학 중 하나일 정도로 진보주의 전통이 강하다면서, 당시 보수 성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였던 것이 과잉반응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깁슨 베이커리는 이듬해 오벌린대와 러몬도 당시 총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가게 주인이었던 깁슨이 사망했으나 법정투쟁은 계속 이어졌다.
깁슨 베이커리 측은 오벌린대 관계자들이 학생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오벌린대는 어디까지나 학생 주도로 시위가 벌어졌다면서 대학과 직원들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하이오주 대법원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깁슨 베이커리의 손을 들어줬다.
깁슨 베이커리 측을 대변한 리 플라카스 변호사는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대학이 깁슨 베이커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결론내렸다”며 “대학이 뭐라고 변명하든, 명예훼손 표현은 언론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