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생 하원의원이 나올까. 정계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25세 청년에게 주목하고 있다. 정치 활동 이력도, 심지어 대학 졸업장도 없는 우버 운전기사 맥스웰 프로스트(25)다.
그는 지난달 민주당 경선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플로리다주 올랜도 10지역구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후보로 선출됐다. 이 지역은 민주당 텃밭이어서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프로스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하원에 들어온다면 크나큰 변화가 될 것”이라며 축하했다고 한다. 프로스트가 선거에서 당선되면 미국 사상 최연소, 최초 Z세대(1996~2005년생), 최초 쿠바계 하원의원 기록을 세우게 된다. 프로스트는 4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생모는 마약·폭력…15살부터 사회운동
프로스트는 태어나자마자 병원에 있다가 입양됐다. 이미 자녀 7명을 둔 생모는 임신 중 마약과 폭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를 입양한 어머니와 할머니는 1960년대 초 쿠바에서 옷 가방만 들고 플로리다로 건너왔다. 할머니는 마이애미 공장에서 일주일에 70시간 넘게 일하며 노동 착취를 당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프로스트 역시 아프리카-라틴계로서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는 15살 때 어린이 20여명이 숨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보고 적극적으로 사회 운동에 참여했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격사건 생존 학생들이 결성한 총기폭력 반대단체 ‘마치 포 아워 라이브스’ 전국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 인종차별 반대운동에 나섰을 땐 “인종에 대한 트라우마적인 증오”를 겪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서 플로리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고 중범죄 전과자에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개정안 통과 등 민권운동에도 나섰다.
선거 출마를 결심한 건 지난해 6월 생모를 만나면서다. 생모는 여전히 가난과 폭력, 마약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의회에 진출해 고통받는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선거 자금을 마련하려고 우버 운전기사가 됐다. 그의 노란색 기아 소울 차량은 그에게 생계 수단이자 선거운동을 하는 공간이다. 그는 “올해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며 “가난한 청년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경험이 의회의 다른 사람들, 특히 백인이 갖지 못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 구세주 아냐” 선 긋는 이유
그런 그에게 의원들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버니 샌더스를 비롯해 엘리자베스 워렌,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 등이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마키 상원의원은 프로스트가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트위터에 “그를 지지해서 영광”이라며 “우리는 청년들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이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린뉴딜(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썼다.
같은 흑인 청년인 몬데어 존스(35) 하원의원도 그에게 미국 의원 중 가장 처음 먼저 연락해 선거 전략을 조언해준 멘토다.
프로스트는 선거에서 각종 공약을 내세우는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오히려 “나는 구세주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올랜도 출신 친구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꿀 순 없다”면서다.
그는 “유권자들이 선거에 무관심한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나를 뽑으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며 “대표자들이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믿는지,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인지, 그들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