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불투명한 시장 전망에도 다른 나라 금융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세계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분석했다.
올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전 세계 주식·채권·원자재 가격이 흔들리는 가운데 그래도 미국 시장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 리퍼에 따르면 최근 6주 가운데 4주 동안 미국 주식펀드에 자금이 순유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주식펀드에서는 20주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가 2019년 10월 이후 최장기간 순유출을 기록했다.
주가를 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월 16일 연중 저점을 찍은 이후 6.6% 상승한 데 비해 범유럽지수인 스톡스(Stoxx) 유럽 600 지수는 2.9%,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4.5% 각각 오르는 데 그쳤다.
또 독일 DAX지수와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같은 기간에 각각 1.3%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 경기후퇴에 진입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거나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믿음 때문으로 보인다고 WSJ은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베어링스의 크리스토퍼 스마트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세계 시장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미국 시장이 그나마 덜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면서 모든 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미국은 고용시장의 강세를 바탕으로 더 느리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근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유럽 증시 비중을 축소했다는 응답은 34%, 미국 증시 비중을 확대했다는 응답은 10%였다.
이는 유럽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이 35%로 미국 증시 비중확대 의견(5%)보다 컸던 지난 1월 조사 때와는 상이한 결과이다.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천연가스·전기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7월 예상보다 큰 폭인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섰으며, 이번 주 또다시 같은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코로나19 재확산과 부동산 경기침체, 당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 가뭄과 홍수 등으로 인해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상태이다.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인 텐센트와 알리바바 주가는 6월 중순 이후 각각 약 14%씩 떨어졌다.
다만 해외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대까지 떨어지면서 해외 주식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스톡스 유럽 6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61배 수준인 데 비해 S&P 500지수는 16.70배에 이른다.
트러스트 컴퍼니 오브 사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댄 톨로메이는 미국 증시의 평가가치(벨류에이션)가 계속 오르면 해외 주식 투자 확대를 고려할 것이라면서 매력적인 가격대가 되고 있는 해외 주식에서 더 좋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