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발 책임 여전히 여성 몫 커
초고령 노인 증가 대책 절실
한가위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지 못했는데 이번엔 방역규제 없이 가족이 만날 수 있게 됐다. 명절에 부모를 만나면 한 번쯤 생각해볼 게 있다.
‘부모님이 더 나이 들거나 건강이 나빠지면 누가 수발을 들어야 하지?’
‘우리 형제 중 누가 하지?’
부모 입장에서는 ‘내가 쓰러지면 어느 자식이 돌볼까?’ 이런 걱정을 하게 된다.
노인 수발의 가장 큰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은 배우자도, 아들도 아닌 딸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반진반으로 “아들 낳아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하지만 부모 수발 문제에서만은 그런 경향이 확인됐다.
7일 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는 가족 요양보호사 중에는 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요양보호사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후 가족을 돌보는 사람을 말한다.
재가급여(가정요양) 수급자의 배우자, 직계혈족과 배우자, 형제·자매, 배우자의 직계혈족·형제자매 등이 가족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다. 직장 등에서 월 160시간 일하면 안 된다.
가족 요양보호사에게 월 45만~94만원이 나오는데, 재가센터 수수료와 본인부담금을 제하면 30만~65만원을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가족 요양보호사는 9만4520명이다. 수발을 받는 노인의 딸이 3만9101명(40.6%)으로 가장 많아. 다음이 아내 2만7477명(29%), 며느리 1만4390명(15%) 순이다.
남편과 아들은 얼마나 될까. 아주 적다. 남편은 5736명(6%), 아들은 4864명(5.1%)에 불과하다.
이 통계가 수발 상황을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징하는 바가 있다. 수발 책임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며느리가 가장 많았을 터이고, 시대가 달라지면서 딸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에 사는 김모(78)씨는 뇌동맥류를 앓다 혈관이 터지면서 뇌출혈이 발생했다. 또 수술하기 힘든 부위에 뇌종양이 발견됐다. 지금은 와상상태라서 대소변을 받아야 한다. 목을 절개해 호흡기를 연결했고, 수시로 가래를 뽑아야 한다.
김씨는 요양보호사가 와서 하루 4시간을 돌본다. 나머지 시간은 자녀들 몫이다. 3남매 중 막내딸(49)과 큰딸(55)이 주로 수발을 든다. 큰딸은 전업주부이고, 막내딸은 하던 일을 접고 어머니를 돌본다. 근처에 살지만 거의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한다. 요양보호사가 온 시간에도 같이 있고, 없는 시간에는 거의 전적으로 두 딸이 맡는다. 아들(53)은 주 2~3회 밤에 어머니 집에서 잔다. 셋 다 가정이 있다. 딸들의 하루 일상은 이렇다.
“밤이나 낮이나 한 사람은 꼭 어머니 옆에서 석션(가래 뽑기)을 하고 자세를 바꾸고 기저귀를 갑니다. 정해진 시간에 석션을 하는 게 아니라 가래가 끓으면 해야 하기에 어떤 때는 1시간마다 할 때도 있어요. 사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기 힘듭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면 기저귀를 갈고, 1시간 반에서 2시간에 걸쳐 아침을 먹입니다. 이후 소화를 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휠체어에 태워 1시간 정도 집에서 기립 운동을 합니다. (중략) 어머니 저녁 식사를 챙기고, 밤 10시나 11시쯤 목의 관을 소독하고 관을 교체합니다. 뱃줄 소독을 하면 하루가 끝납니다.”
작은딸은 “1년 넘게 간병하면서 심신이 많이 지쳤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아내와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 요양보호사의 하루 4시간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돌봄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다 보니 생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특히 딸에게 노부모의 수발을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노인 비율은 17%이다. 노인 인구 증가도 문제지만 80세 이상의 초고령 노인이 증가하는 걸 주목해야 한다. 수발의 책임을 사회가 나누자고 2008년 장기요양보험을 시행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장기요양보험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장애인 가족도 마찬가지다. 6일 복지부의 발달장애인 실태조사(2021)를 보면 가족 내 주요 돌봄제공자는 모가 66.2%, 부가 12.4%이다. 딸은 아니지만 장애인 자녀의 돌봄 책임도 역시 여성의 몫이다.
다음은 김씨 작은딸의 외침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희 어머니 같은 와상환자가 아이는 아니지만, 상태를 보면 아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다리가 구부러져서 불편을 호소해도 다리를 펼 수도 없고, 아프고 불편하다고 해서 아이처럼 소리 내서 울 수도 없습니다. 마을이 아니라 나라의 도움이 필요한 거죠.”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