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다녀간 2022 코리안 페스티벌 일단 성공적
짧은 행사 기간, 디테일 부족은 ‘옥의 티’
코리안 페스티벌이 끝났다. 대체적인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가랑비가 흩뿌리는 날씨에도 생각보다 많은 2만여명이 축제현장을 찾았고 진행 프로그램도 다채롭고 재미있었다. 돈을 내고 부스를 차린 업체들도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타인종 방문객들이 80%에 이르렀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주최 측은 이번 코리안 페스티벌의 주제를 ‘우리는 하나’라고 앞세워 홍보했다. 애틀랜타의 여러 다인종 커뮤니티를 고려한 표어였다. 하지만 그 많은 타인종 방문객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는 미흡했다고 보인다.
9일 전야제 행사에 행사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타 커뮤니티 사람들도 많이 방문했다. 하지만 그들을 안내하거나 배려하는 자리는 없어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참석 예약(RSVP)을 하고 온 사람조차 어디에 앉을지 몰라 헤매는 모습도 목격됐다.
본 축제 때도 공연이나 전시장에 영어 서비스가 좀 더 원활했더라면 축제 현장을 찾은 타인종들이 좀 더 우리 전통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2022 코리안페스티벌은 2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인회의 파행으로 졸속행사가 되었던 작년과 비교할 때 눈부신 변화다. 위 사진은 인파로 가득한 지난 10일 행사 현장. 텅 빈 부스만 놓여 한산한 작년 행사 현장 (아래 사진)과 대조를 이룬다. 사진 / 애틀랜타중앙일보
이제는 한국에서조차 ‘음식 낭비’라는 비판 속에 자취를 감춘 ‘비빔밥 퍼포먼스’도 시대착오적이었다는 평들이 많았다.
200인분이 넘게 준비했다던 비빔밥은 사진은 그럴듯하게나왔지만, 실제 먹기에는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어정쩡한 음식이었다. 물론 나눠 받은 비빔밥을 다 먹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는 사람이 더 많았다.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주최 측은 행사 홍보를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였다고 발표했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나본 10~20대 방문객 대부분은 소셜미디어나 홍보 콘텐츠를 보고 행사장을 찾아왔다거나 한인 친구를 따라온 타인종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온 젊은 층을 위한 이벤트는 부족했다.
앨라배마 어번에서 온 한 대학생은 “어린이와 시니어들을 위한 부스나 볼거리는 많은데 20대 젊은이를 위한 것은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장기자랑 무대와 씨름 대회는 10대 학생들에게도 반응이 좋아 앞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일 오후에 열린 장기자랑 대회는 젊은 세대들의 호응이 높았다. 사진 / 윤지아 기자
행사 후 여러 한인들로부터 장소와 기간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들었다. 행사장을 갔다가 주차장이 멀어 그냥 돌아왔다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일정 때문에 일요일에 가려고 했는데 토요일 하루 만에 끝나버려 가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그렇게 오랜 기간 정성들여 준비하고, 부스도 설치했는데 달랑 하루 만에 행사를 끝내는 것은 아깝지 않으냐는 지적은 다음에라도 꼭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
행사 장소 역시 한인회관 외에 공원같이 좀 더 넓은 장소에서 축제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고 주차나 화장실 문제도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부터 내년 축제를 위한 장기 플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코리안 페스티벌의 꾸준한 성공은 한인 모두의 자산이다. 한인사회의 활력이 될 뿐 아니라 타인종에게도 한인 커뮤니티에 신뢰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한인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수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축제에 한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는 것은 마냥 좋아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코리안 페스티벌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지만 더 많은 숙제를 안겨준 축제였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