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독감이 또 기승을 부릴 기세다.
더운 여름철에서 날씨가 시원해지는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민간 보건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이 올 겨울 독감 유행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계령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맨해튼에 있는 세인트 주드 어린이병원 리처드 웨비 감염병 전문의는 “지난 2년 이상 미국인들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느라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옥외활동 축소 등으로 인해 독감 바이러스 접촉 기회가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전체 인구의 20~30% 정도가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 중에 노인과 병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일부가 독감에 걸리고 치유되면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독감 바이러스 접촉 기회가 줄었고, 여기에 독감 백신 접종까지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 올 겨울에는 독감이 유행병처럼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호주의 독감 급증 사례도 보건 전문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구 남반부에 있어 미국보다 독감 시즌이 빨리 오는 호주의 경우 지난 2021년 검사소 확인 기준으로 1000건에 미치지 못하던 독감 감염 사례가 올해에는 무려 21만7000건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 가을 코로나19와 독감 확산을 동시에 막기 위해 두 가지 백신을 한꺼번에 맞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또 뉴저지주 보건국 메그 피셔 부국장은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은 독감이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독감 백신을 맞을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과 마찬가지로 독감 백신도 100% 예방은 없고, 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걸리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러나 백신은 독감 예방뿐 아니라 중증과 사망을 낮추는 의미에서 여전히 중요하기에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은 반드시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