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백마 엉덩이나 흰말 궁둥이나”라는 말이 있다. 그게 그거라는 뜻이다. 인간의 언어에서는 한 가지의 개념이나 물건에 한 단어씩만 붙여서 쓰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가끔 “백마 엉덩이나 흰말 궁둥이나”에서 처럼, 같은 것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다른 단어를 쓰는 예가 있어서 혼동을 일으킨다. 영어에서는 ‘집’을 뜻하는 단어로 Home이라는 말을 쓰는가 하면, House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보통사람에게는 이 두 가지에 대한 구별이 잡힐 듯 말 듯 모호하기가 이를 데 없다. Home과 House의 다른점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말에도 ‘집’이라는 말과 ‘주택’이라는 말이 있다. ‘집’이라는 말은 순수한 우리 말이고, ‘주택’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온 한자어다. 두 가지 모두 사는 거처를 표현하는 말인데 완전히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집’은 내가 들어가서 자고, 먹고, 쉬려고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집’에는 주관적인 의미가 많고, 말하는 사람의 정취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우리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어”라고 말하지, “우리 주택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 ‘주택’은 주로 사는 거처의 구조물이라는 의미가 강하고, 다른 단어와 합쳐질 때는 주로 다른 한자어와 어울린다. 그래서 ‘주택 융자’라고 주로 말하지, ‘집 융자’라고 말하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만일 동굴에 사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이 사는 동굴은 그 사람의 ‘집’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주택’이 될 수는 없다.
영어에서의 Home과 House의 차이점은 우리말에서의 집과 주택의 차이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단어의 유래도 비슷하다. 영어에서도 ‘Home’이라는 단어는 순수한 영국 본토의 말인데 반해 ‘House’라는 단어는 독일어에서 왔다. 그래서 ‘Home’이란 말에 ‘집’이라는 말을 대입하고, ‘House’라는 말에 ‘주택’이라는 우리말을 대입하면 대충 맞는다. 우리말에서와 마찬가지로 Home은 주택 구조물뿐만 아니라, 돌아가서 쉬어야 할 곳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반면에 House는 구조물이 있는 거처(Dwelling)를 말한다. House는 좁은 의미에서 주택을 뜻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넓은 의미로는 아파트, 콘도 등도 분명 House에 속한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는 영어의 ‘House’와 우리말의 ‘주택’에서 범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즉 House는 결국 사람이 살기 위해 지어 놓은 구조물을 뜻한다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을 ‘Vacant House’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Vacant Home’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많이 어색하다. House에는 객관적이며 물질적 의미가 강하다고 한다면, Home에는 주관적 의미가 강하여 말하는 사람의 정취가 푹 배어 있는 존재다. 그래서 ‘고향’을 Hometown이라고 하지 Housetown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Home, Sweet Home이라는 말은 있어도, House, Sweet House라는 말은 없으며, Nursing Home이라는 말은 있어도, Nursing House란 말은 쓰지 않는다. 잠잘 집이 없는 사람을 Homeless라고 말하지, Houseless라고 말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만 따져, 더부살이하는 사람을 Houseless라고 부르는 것은 억지일까?
그런데 보험에서는 ‘주택보험’을 ‘House Insurance’라고 하지 않고, ‘Home Insurance’라고 한다. 정확하게는 Homeowners Insurance이다. 논리상으로 말하면 House Insurance가 더 알맞은 표현이겠으나, 나의 소유라는 의미와 나의 청취가 담겨있다는 의미에서 ‘Homeowners Insurance’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같은 것을 가리키는 Home과 House, 두 단어 사이의 차이점을 제대로 파악하여 두면 소통에 다소 유리하다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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