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부유층 몰려 영주권 획득 길어져
투자금액도 150만불로 높아져 지원자 감소
한때 중단됐던 미국 투자이민 제도(EB-5)가 최근 재개되면서 중국·인도 부유층이 몰리고 있는 반면 한국인의 이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부유한 중국인들이 중국을 떠나려 하거나 대안을 찾고 있는 가운데 투자이민 재개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이민 컨설팅업체인 ‘헨리 앤드 파트너스’ 등에 따르면 올해 자금을 해외로 빼내려는 부유한 중국인들이 약 1만명, 이들의 자금 규모가 480억 달러에 달하며, 이민을 하려는 인도인 부유층도 800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연방하원을 통과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새 투자이민 법은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회계감사와 현장 실사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일자리가 적은 곳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도시가 아닌 지방이나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투자할 경우 영주권을 조기에 내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최소 투자 금액을 150만 달러로 높이되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투자할 경우 80만 달러로 낮춰주고 10명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등 영주권 획득 조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중국, 인도의 부유층과는 달리 한국인들이 몰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둘루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정승욱 변호사는 “한국인들의 투자 이민 열기는 이미 식었다”며 “다시 문호가 열려 활기를 띄겠지만, 중국인과 인도인들이 많이 몰려 영주권 획득에 얼마나 걸릴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낙준 변호사도 “투자이민이 다시 재개됐어도 한국인들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일단 금액이 많이 올라서 지원자가 감소했고, 상대적으로 투자금액이 저렴한 ‘리저널센터’ 투자는 위험성이 높아서 추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EB-5 프로그램은 2008년 이후 37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민자를 노린 사기 등 각종 탈법 논란에 휘말린 끝에 작년 6월 제도 연장을 위한 연방하원의 재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운영이 유보됐다.
당시 몰려든 해외 부유층으로 인해 영주권 발급 대기 기간이 거의 10년에 달했으며, 약 15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10만명 가량의 신청자들이 제도 중단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련 논란도 끊이지 않아 이 제도를 통해 뉴욕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인 허드슨야드에 투자한 중국인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사업 손실로 개발사가 수익금 지급을 중단하자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투자이민자들을 속여 버몬트주의 한 생명공학 사업에 투자하도록 한 사기 사건과 관련해 3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에는 뉴욕주 주민 2명이 투자이민 신청자들을 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연결해주고 영주권과 큰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면서 27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인 사기 사건으로 기소됐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