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상황·물가 고려 내년 초에나 결정
한국에서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거나 예정이어서 한인 소비자들이 한국산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한국에서 올렸다고 미국에서도 바로 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품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현지 여건을 고려해서 한국 인상 시기와 관계없이 미주에서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한국산 식품 가격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 아메리카 측은 “한국에서 가격 인상이 됐다고 바로 올리기보다 현지 소비자물가를 고려한다”며 “현지 생산 제품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인상 가격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한인 마켓 업계도 한국의 식품 가격 인상 시기와 미주지역의 시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 상당수가 올해 초부터 2회 이상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며 “현재 식품 가격은 올 초와 비교하면 20% 이상 오른 품목이 많고 특히 라면, 밀가루 품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품목별 선두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업계 전체가 도미노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양상”이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또 한국 수입 식품의 재고 상황도 인상 시기를 조정하는 요인이다. 한인 수입업체 관계자들은 “현재 재고가 충분한 상황인 데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있어서 당장 올리기보다는 내년 초쯤에 한 번 정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재료의 한국산 비중이 큰 식품은 한국에서의 가격 인상 여파가 미국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한국산 배추를 사용하는 한국산 포장 김치가 대표적인 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포장 김치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릴 계획이다. CJ 푸드 USA 측은 “한국서 배추수급 문제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가격이 인상돼 미주지역에서도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공급 부족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농산물, 라면, 과자 등 서민들 장바구니 필수식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수입산 원재료를 쓰는 업체들이 강달러로 인한 환율 부담과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연달아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은 신라면 등 26종 라면 가격을 평균 11.3%, 스낵 23종은 5.7% 올렸다. 팔도 역시 다음 달 1일부터라면 12종 가격을 평균 9.8%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오뚜기도 다음 달 10일부터 라면 출고가 기준으로 평균 11% 올리기로 했다.
라면 업계뿐만 아니라 식품업계 전 품목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오리온은 이날부터 60개 제품 중 16개 가격을 평균 15.8% 올렸다. 오리온의 가격 인상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