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월의 뜨거운 여름 답답함과 갇힌 마음을 훌훌 털어 내고파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히와시강(Hiwassee River) 변을 한달 가량 다녀왔다. 그렇게 장거리도 아닌 두어시간 거리의 조지아 북서쪽 경계선 바로 위에 위치해있고, 운전도 편해 아주 상쾌하고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 몬태나주를 다녀온후 1년만에 단거리 여행을 가니 더욱 기분도 상쾌하고 마음도 홀가분한 느낌이다.
마음 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떠나니 맑고 상쾌한 기분 때문에 모두가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나보다. 도착해보니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운치도 있고 경치도 마음에 쏙들어 “기분 좋은 힐링 시간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게 출발하여 저녁을 먹고나니 바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가 바로 강가에 연결되어 있는 강변 포치에 앉으니 한낮의 뜨거웠던 해가 지면서 붉게 물든 애팔래치아 산맥과 강변에 살며시 가라않는 여름 밤의 노을빛은 정말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하다.
처음 볼땐 강물이 잔잔하게 소리 없이 내려 가기에 온종일 그런 속도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물결이 출렁이면서 큰 소래를 내며 거센 물결이 흘러 가는 모습으로 갑자기 바뀌기에 강변 포치에서 듣기에 무서울 정도였다. 알고보니 오전, 오후에 동쪽 자락에 있는 히와세강 댐에서 수문을 열어 강물을 내려 보내는 것이란다. 흡사 애틀랜타 북서쪽 시드니 래니어 호수에 있는 차타후치강 댐에서 수문을 열어 놓은 것과 흡사하다. 캄캄한 강변 포치에서 거세게 흘러가는 물결 소리를 듣고 있자니 조금은 으시시 하는 기분에 더위가 싹 날아간 듯하다.
바로 캐빈으로 올라와서 이층 난간 페리오에 있는 의자에서 내려보는 노스캐롤라이나, 특히 아무도 없는 여름 밤 강변 오두막에서 들리는 것은 풀벌레 울음소리와 요란스러울 정도의 물결 소리뿐이다. 조용히 감상에 젖어 있으니 온갓 지나온 삶의 소용돌이가 아무 소용도 없는 하나의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달리며 지나온 모든 삶을 다시금 되돌아 보는 시간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깊은 명상에 잠기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싶은데 벌써 먼 곳에서 동이트는 아침이 다가온다. 커튼을 활짝 여니 또다른 대단한 풍광이 눈 아래 펼쳐진다. 저멀리 남쪽 애팔레치안 산맥위로 어렴풋이 서서히 올라오는 일출 광경에 다시 한번 놀란다. 매일 보는 일출 모습이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우리 사람의 모습도 그러하리라. 보는 위치 각도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마음이 있고 없고 하듯…
강변의 물살은 어젯밤 언제 그랬냐는 듯, 시냇물 같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시간이 지나보니 알듯하다. 강건너 구부러진 강변의 자갈밭이 보이면서 물이 조용히 흘러가면 댐의 수문을 닫는 시간으로 한개쯤 열려있고, 3개쯤 열어 자갈밭이 강변에 잠기면 물살이 거세어진다. 강변에서 보는 이런 풍경이 어쩜 우리네 삶과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콸콸 흐르다가 또 조용해지며, 밤이 오고 아침이 오면서 새로운 햇살이 비추듯, 우리 모두도 흘러가는 저 물결처럼 소용돌이 치며 가다가도 시냇물처럼 고요히 흐르며 내일을 기약하며 남은 시간을 보람차게 살아 가리라.
조용한 강변에서 보낸 한달간의 힐링은 우리 부부에게 인생과 삶의 지혜가 어떤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뒤돌아보는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항상 모든 것에 무한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가슴 속에 되새기며, 지나온 삶을 귀하게 간직 하고픈 그런 시간이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