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24일 “돕스”(Dobbs) 판결을 통해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50년만에 뒤집고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reproductive right)를 실질적으로 박탈했다. 돕스 판결은 낙태 그자체를 불법화하지 않았으나, 각 주가 개별적으로 낙태를 제한할수 있도록 허용했다.
실제로 많은 주가 낙태 제한, 또는 처벌법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도 예외는 아니다. 텍사스주는 2021년 9월부터 임신 6주 이후 낙태시술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심장 박동법(Heartbeat Bill)’을 시행중이다. 조지아주도 2019년 비슷한 내용의 심장박동법 HB 481을 통과시켰는데, 의사가 태아의 심장 활동을 감지하는 임신 6주 이후에는 특별한 경우(강간, 임산부 생명 위협 등)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한다는 법이다.
그러나 임신한 여성이 입덧을 비롯해 신체적 변화로 임신사실을 깨닫는 데는 통상적으로 9주가 걸린다. 때문에 임신 6주에 여성이 임신 사실을 자각하기 힘들다. 사실상 무자비한 ‘낙태 금지법’에 다름없다는 것이 법조계와 의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법의 문제는 여성이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여성 본인은 물론이고, 낙태 시술을 하거나 낙태를 유도한 사람, 즉 여성의 부모와 의사부터 시작해서 간호사, 비영리 시민단체, 변호사들까지 민사, 형사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경찰과 법원에 갈수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여성과 의사를 이렇게 범죄자처럼 다루는 것이 과연 생명우선(pro-life)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말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모든 생명이 축복받으며 태어나게 하려면 다른 방법이 많이 있다. 먼저 여성에 대한 성폭행, 강간 등의 범죄를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고, 여성이 안심하고 살수 있는 범죄방지 대책을 수립하면 원치않는 임신을 줄일 수 있다. 또 공립학교와 교육기관에서 성교육, 피임교육을 더욱 철저히 시키면 철없는 나이의 임신을 방지할수 있다. 피임기구 및 시술에 대한 정부, 사기업 차원의 의료보험 확대 역시 원치않는 임신을 방지하고, 결과적으로 온가족이 철저한 준비하에 새생명을 환영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 법을 통과시킨 세력은 여성과 의사를 감옥에 집어넣자고 부르짖으면서도, 원치않은 임신을 방지하는 의료보험/메디케이드 확대 및 피임교육 등 근본적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모조리 감옥에 집어넣자고 부르짖으면서도, 심각한 수준의 이민적체 및 모순된 이민정책을 고치는 근본적 이민개혁에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움을 청하는 약자를 모조리 감옥에 집어넣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재생산의 자유가 있는 주” (reproductive freedom’ state)를 선언하고, 오는 11월 선거에서 주 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하는 방안으로 투표를 실시한다. LA카운티 수퍼바이저 보드는 지난 1월 파일럿 프로그램인 “낙태 안전 지대” (Safe Haven Access to Abortion)를 통과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이민신분, 경제적 상황, 또는 타주의 법에 상관없이 캘리포니아주 안에서는 어디에서나 누구나에게나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홀리 미첼 의장(Chair Holly Mitchell)은 “LA카운티는 낙태 서비스를 원하는 여성에게 안전지대(safe haven)임을 강조하고 싶다”며 타주 출신 및 이민 신분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지대는 낙태 보장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안전한 임신 및 건강한 자녀 출산, 그리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려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LA 카운티 보건부 의료국장인 수지 볼드윈(Susie Baldwin)은 밝혔다. 진정으로 여성의 선택 권리(pro-choice)도 보장하고 생명도 위하는(pro-life) 방법이 없는지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