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아버지다.”(I am your father)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의 메인 빌런 다스베이더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묵직한 저음으로 자신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뱉은 이 말은 세계인의 뇌리에 길이 남은 명대사로 꼽힌다.
하지만 이 다스베이더를 연기한 배우도 어느덧 나이가 먹어 더이상 옛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경이 돼 영화 제작사가 이를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CNN 방송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50년 가까이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미국 배우 제임스 얼 존스(91)는 2019년 개봉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마지막으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서 하차했다.
그가 1977년 스타워즈 첫 작품인 ‘새로운 희망’에 출연할 때만 해도 중년인 46살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구순을 넘긴 나이가 되다 보니 과거의 카리스마 넘치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신 존스는 스타워즈 제작사 루카스 필름이 우크라이나의 AI 음성 기술 스타트업 ‘리스피처'(Respeecher)와 계약을 맺는 데 동의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리스피처는 스타워즈에 출연한 존스의 목소리와 AI 기술을 토대로 그의 음성을 구현하는 작업을 맡았다.
사실 올해 5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에 공개된 스타워즈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에서도 존스의 목소리는 AI로 합성된 것이었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의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와 한때 그의 제자였던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루카스필름의 수석 음향 담당자 매슈 우드는 당시 존스가 AI로 그의 목소리를 구현할 때 조언을 하는 등 녹음 과정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AI 기술 덕분에 세계인들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계속 다스베이더의 전매특허 중저음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리스피처가 할리우드 작품에 AI 목소리를 실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디즈니+에 공개된 스타워즈 시리즈 ‘북 오브 보바펫’에서 배우 루크 스카이워커의 어린 시절 목소리도 AI로 합성됐다.
다스 베이더의 가면과 옷을 입고 연기한 또 다른 배우 데이브 프라우스는 2020년 8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