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전문가 “몸에 미치는 영향 고려해 좌석 기준 제정해야”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승객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항공기 좌석 크기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보도했다.
WP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인의 몸은 계속 커져 왔지만 항공기 좌석은 계속 줄어들었고, 이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FAA가 좌석 안전 기준을 재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FAA는 그동안 비행기 좌석에 대해 비상시 대피 시간이 90초를 넘기지만 않도록 하면 될 뿐, 좌석 크기의 최저 기준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승객의 편의는 항공사와 고객 사이의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보건전문가, 일부 의회 의원 등은 FAA가 승객이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건강 위험을 무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좌석 크기 기준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FAA는 좌석 기준 제정 요구가 높아지자 지난 8월부터 민간 항공기의 좌석 크기 규제가 승객 안전을 위해 필요한가에 관한 의견 조사에 나섰다. 10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 조사에 지금까지 1만2천여 개인과 단체가 의견을 남겼다.
조사 참가자 대다수는 FAA가 좌석 크기의 최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일부는 현재의 좌석 크기가 적절하며 기준을 만들면 오히려 좌석 수가 줄어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FAA는 현재 이 논란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으나 앞서 2019년 말 실시한 실험에서 작아진 좌석과 좁아진 개인 공간이 비상시 승객들이 90초 안에 대피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대해 항공기 좌석 기준 제정을 요구해온 스티븐 코언 하원 의원(공화·테네시)은 “FAA의 실험 결과가 항공업계가 말해온 것과 똑같이 나온 것은 실망스럽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항공기 승객들은 이 실험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좌석 크기도 전적으로 이 결과를 토대로 결정돼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간 요소·인체공학협회 미카 엔드슬리 대정부 관계 책임자는 “비행기가 정상 운항할 때의 안전도 중요하다”며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은 대피 상황은 물론 평상시에도 승객의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FAA가 좌석 크기 최저 기준을 제정하지 않으면 좌석과 개인 공간은 계속 줄어들 수 있다”며 “공통 규정을 제정하면 그 기준 이하로 작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남성의 평균 체중은 약 90㎏으로 1960년대보다 13.6㎏ 증가했고 여성도 77㎏으로 역시 13.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행기 좌석의 폭은 47㎝에서 43.2㎝로 오히려 좁아졌고 앞뒤 좌석 간 거리도 평균 89㎝에서 78.7㎝로 줄었다. 일부 항공기의 앞뒤 좌석 거리는 71㎝로 준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항공사 단체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irlines for America)는 좌석 크기는 계속 줄었지만 현재 좌석도 FAA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항공사들은 승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객실 내 개인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혁신기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