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후보’. 지난 2018년 선거 당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Stacey Yvonne Abrams)에게 붙은 수식어다. 그녀는 재도전 무대에서 이 딱지를 떼고 미국 정치사상 첫 흑인 여성 주자사가 될 것인가?
2020년 중간선거를 불과 1달여 앞두고, 에이브럼스 민주당 후보는 애틀랜타 지역 한인사회를 찾았다. 최근 부쩍 정치력이 신장된 미주한인들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한인들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고,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은 ‘조지아는 하나(One Georgia)’라는 선거 캠페인을 내걸었다. 인종, 지역,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주민들을 포괄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선거 공약은 철이 지나면 상당수 휴지조각이 되기 일쑤다. 이에 대해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그녀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이디어, 추진력, 그리고 배짱.’ 이는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후보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언뜻 보기에는 푸근한 아줌마 같은 이미지이지만 그녀의 연설에는 카리스마와 열정이 넘친다.
위스콘신주 태생인 그녀는 지난 2006년 처음으로 조지아주 하원 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주 하원 민주당을 이끄는 자리에 오르는 등 착실하게 경력을 쌓았다.
드디어 201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의원 등의 지지를 받아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전화위복이던가? 에이브럼스는 선거 패배 이후 오히려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2020년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권유 받았으며,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에도 올랐다.
에이브럼스는 그러나 워싱턴 정가보다 ‘Fair Fight 2020’을 설립해 조지아에서 자행된 투표 억압 개선에 힘썼다. 덕택에 1~2년간 8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권을 얻었고, 이는 결국 지난 대선에서 조지아 주 색깔을 레드에서 블루로 바꾸었다.
이 같은 활약으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눈앞에 둔 에이브럼스 후보는 민주당 진보 세력의 새로운 기수로 성장했다.
그녀의 정치 성향은 여성의 낙태와 총기 규제, 공교육 강화, 건강보험 확대를 지지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 건강보험관련 정책에 대해 중점 설명했다.
또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써 사형제 폐지와 마리화나 비범죄화를 지지한다. 2019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소수자의 정체성 정치가 자유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선거 행로는 순탄하지만 않다.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조지아 민주당도 힘겨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경제란도 갈수록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최근 여론 조사도 에이브럼스가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리한 국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지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날 간담회장에서 만난 한 한인 인사는 “지난 선거에서 불과 1.4% 차로 아깝게 석패했다”면서, “이후 민주당 성향의 젊은 층과 유색인종들이 대거 조지아로 이주했으니 낙관적”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4년만의 리턴 매치다. 과연 그녀는 2003년 이후 이어온 공화당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운명의 순간이 한인 유권자들의 한 표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