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LA Fitness)에 일주에 두 세 번씩 나간다. 은퇴하고 이곳에 왔을 때 어는 한국분이 내 건강보험회사에 실버-스니커스 (Silver sneakers) 라는 혜택이 있는지 물었다. 그게 있으면 체육관 출입이 무료라고 했다. 에트나 (Atna) 보험회사에 알아보니 있었다. 보험회사 입장에서 보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안 하는 사람들보다 병에 덜 결려 보험회사 돈을 덜 쓴다는 연구 결과 때문에, 체육관에 다니는 비용을 물어주며 격려한다고 한다.
백인, 흑인, 갈색인, 황인, 남과 여, 젊은이와 늙은이, 홀쭉이와 뚱뚱이, 체육관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양한데 모두 건강해 보인다. 뽀빠이의 알통처럼 팔 근육이 내 넓적다리만큼 굵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내가 40파운드 하는 팔 운동기구에서 200 파운드를, 내가 100 파운드로 하는 다리 운동기구에서 400 파운드 하는 사람도 많고, 나보다 가볍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약 한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데, 다리운동을 하는 6개의 운동기구, 허리 운동하는 3개의 운동기구, 팔 운동을 하는 4개의 운동기구를 빨리빨리 돌며 사용한다. 걷는 기구에서만 땀을 흘리며 걷기만 하는 사람, 역도만 하는 사람, 라켓볼만 치는 사람, 줄넘기만 하는 사람, 나처럼 이것저것 가려 하는 사람, 운동 기구를 상용하는 것은 다 달라도, 운동 하는 사람들은 건강해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역시 안 쓰면 못쓰게 된다 (Use it, or loose it)는 격언이 증명되는 곳 같다.
오래 다니다 보니 낯익은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경상도 아지매 두 분도 있다. “여기서 자주 뵙게 되네요. 매일 나오시나 봐요?” “매일은 아이고 일주에 닷새는 나옵니더.” “늘 두 분이 같이 나와 운동 하시는 거 보니 친구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좋아 보여요.” “저 언니랑 운동 오래했어예. 언니는 80살이 되는데, 보시소 허리도 안 꾸부러지고 어깨도 반뜻하요.” “80 먹은 할머니라니! 훨씬 젊어 보이네요!” “올해 몇 이신교?” “저도 팔십 중반입니다.” “80넘으면 허리나 어깨가 휘는데 선생님도 운동을 해서 그런지 반뜻하요!” 그렇게 70대 경상도 아지매와 말을 텄다. 그리고 나서는 만날 때 마다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를 나눈다.
어느 날 80대 아지매를 만났을 때 인사를 했다. 곁에서 보니 얼굴 주름도 안보인다. “처음에 어떻게 체육관에 와서 운동을 하시게 되었어요?” 사고가 나서 큰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수술후에 재활 운동을 했고, 남편 되시는 분이 차 정비 사업하시다 돌아가시고, 직장을 잡아 잘 나가던 외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았는데, 그 아들은 어려 서부터 체육관에 다녔다고 했다. 그분이 체육관에 다니게 된 습관은, 다친 후 재활 운동을 하려, 아들이 어려 서부터 즐겨 하던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도 보고, 사업을 돕느라고 지친 오후엔 운동하고 샤워하고 쉬는 일을 몇 년 하다 보니 이잰 아주 체육관에 나오는 버릇이 굳어진 듯하다.
내 겨드랑이 팔 피부가 근육이 빠져나가 쳐진 모습을 금년 봄에 발견했다. 그래서 체육관 운동기구 중에 팔 근육 강화하는 기구를 찾아 운동도 하고, 아침에 스트레칭 할 때 팔 굽혔다 펴기도 열심히 하지만, 쳐진 피부 속을 근육으로 채워지는 속도는 느리다. 어느 날, 내 옆에서 팔 운동하는 나이든 경상도 아지매의 팔을 보니, 팔이 팽팽하다. “아지매 팔엔 나처럼 쳐진 피부가 안보이네요!” 하며 내 팔을 보여주었다. 경상도 아지매는 오래 하니 그렇다는 듯이 나를 보며 싹 웃는다. 웃는 눈매에 주름도 없다.
“아주머니는 이곳에 오래 사셨다고 하니, 혹시 여기 살다가 오래 전에 돌아가신 ㅈ 목사님 아세요?” 안다고 했다. 그래서 그분은 나의 충청도 산골 중학교 동기동창생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분 당뇨병이 심해서 합병증으로 눈도 안보이고 고생하시다 돌아 가셨다고 했다. 그 소리 들으니 돌아가신 동창이 더 안타깝다. 한국사람, 중국사람들 중에 늙은이들이 지금 당뇨병에 많이 걸리고, 그 원인중에 유전적인 원인도 있지만, 못 먹던 시절에 음식이 많으면 많이 먹는 버릇을 못 고치고 지금도 음식을 보면 많이 먹는 버릇 때문이라고, 늙어가면서 소식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내가 하려는 운동기구에 앉은 남자가 핸드폰만 드려다 보고 있다. 기다리면서 옆에서 운동하는 70대 경상도 아지매에게 물었다. “왜 남편 되시는 분은 여기 안 오세요?” “그 양반은 집에서 다른 운동을 해요.” “내 와이프도 여기 회원권도 있는데 한 번도 안 와요. 라인 댄싱이다 워쉽 댄싱이다 큰 교회 시니어 프로그램에 다니는데 취미에 맞는 운동을 해서 그런지 체육관에 안 다녀도 건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