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우세 지역은 온도차
미국 일부 대학이 학생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피임약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학가가 낙태권 논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올랐다고 6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뉴욕주 뉴욕시의 사립 여대인 바너드대는 이날 내년 9월 새 학기부터 학생들에게 피임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안 베일록 바너드대 총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학생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교육기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너드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아이비리그 소속이자 뉴욕시에 위치한 컬럼비아대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바너드대 관계자는 이메일을 통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50년 만에 뒤집어지면서, 학생들의 대학 접근성과 졸업률이 떨어지고, 고용 궤도 이탈률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욕주에서는 낙태 수술이 접근이 쉬운 편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이유로든 낙태권에 대한 장벽이 생길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뉴욕주 상원에서는 올해 7월 낙태권과 피임권을 주 헌법에 명문화하는 ‘동등권리 수정조항’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미국 대학가는 학생들에게 피임약을 제공하는 등 피임 서비스 제공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6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파기하면서 대학가에서 이러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미 대학 보건협회 대변인 레이철 맥이 말했다.
맥 대변인은 “그러나 학생 수, 대학이 속한 지역 등 대학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모든 학교가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자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면서 자동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이른바 ‘트리거’ 조항을 가진 미국 13개 주 가운데 하나인 아이다호주의 아이다호대학이 대표적 반례다.
아이다호대학은 학교에서 직원들에게 생식권에 관해 얘기하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낙태를 조장하는 경우 중범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성 지침을 내놨다.
이는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에 처해 있거나 강간 또는 근친상간을 제외하고는 낙태 시술을 한 의료진까지 예외 없이 처벌한다는 아이다호 주법에 따른 것이다.
바너드대에서 의료서비스센터 책임자인 마리나 카탈로치 박사는 “앞으로 몇 달간 직원들을 훈련하고 계획을 짠 뒤에 본격적으로 피임약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뉴욕으로 수술을 받으러 와서 뉴욕의 의료기관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학이 또 다른 대안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카탈로치 박사는 “우리는 특히 학생들이 임신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충분히 지녔는지를 확실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